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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안이 휩쓴 바하마 (사진=연합뉴스 제공)

바하마 총리 “유례없는 대규모 파괴”…현지언론 “7세 소년 첫 사망자”
5등급→4등급 약화했으나 여전히 강력…이동속도 느려 피해 더 커질듯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가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의 습격으로 쑥대밭이 됐다.

도리안은 최고 등급인 5등급에서 4등급으로 한 단계 약화하긴 했으나 여전히 위력적인 강풍과 해일을 동반한 채 바하마와 미국 남동부를 위협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도리안은 현재 바하마의 그랜드바하마섬에 있다. 바람의 속도는 최고 시간당 250㎞로 여전히 강력하다.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느린 시속 2㎞의 속도로 아주 느리게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그랜드바하마에 수시간 동안 더 머물며 최고 6∼7m에 달하는 폭풍 해일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전날 최고 시속 297㎞의 ‘역대급’ 강풍과 함께 바하마에 상륙한 도리안은 지난 24시간가량 동안 아바코섬과 그레이트아바코섬 등 바하마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놨다.

도리안의 위력은 역대 허리케인 중 두 번째이자, 상륙 허리케인 중엔 최강이었다.

허버트 미니스 바하마 국무총리는 아바코섬이 “이같은 대규모 파괴는 유례없는 일”이라며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구조와 복구, 그리고 기도”라고 말했다.

이날 국제적십자사에 따르면 도리안이 상륙한 바하마에선 최대 1만3천 채에 달하는 가옥이 심각하게 파손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하마 인구가 40만 명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인구의 상당수가 도리안으로 보금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바하마 온라인 매체인 바하마프레스는 아바코섬에서 7살 소년이 물살에 휩쓸려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년의 누이도 실종 상태다. 

대런 헨필드 바하마 외교장관은 “대참사 수준의 피해가 발생했다. 인명피해 보도도 있다”며 “다만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하기 전까지는 인명피해 상황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랜드바하마에선 홍수로 휩쓸릴 위기에 놓인 주민들의 구조요청이 빗발치고 있으나 구조요원들도 접근할 수 없는 상태라고 콰시 톰프슨 국무장관은 현지 방송에 전했다.

소셜미디어엔 강풍에 처참하게 부서지거나 물에 잠긴 집들과 찌그러진 차들, 뽑혀서 나뒹구는 나무 등의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다.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과 친지 등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애타는 글도 이어졌다.
가장 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뉴프로비던스 지역은 전력망 손실로 완전히 어둠에 잠겼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도리안은 앞으로 몇 시간 더 그랜드바하마를 휩쓴 후 2일 늦게나 3일 새벽 바하마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 경로를 예측하기 힘든 탓에 미국 본토 상륙 가능성도 아직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라 플로리다와 노스·사우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미국 남동부 지역도 초긴장 상태로 도리안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이 지역에선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수십만 명의 주민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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