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에서 소셜메신저 ‘시그널’ 상한가

30대 초반의 사회복지 관리사인 샘웡(가명)은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순간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고 다른 홍콩사람들처럼 온라인상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홍콩보안법은 경찰에게 범죄 증거가 포함된 전자 장치를 검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영장 없이도 소셜미디어 플랫폼 업체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구글, 줌 같은 회사들은 홍콩 당국에 이용자 정보를 넘겨주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컴퓨터나 모바일상에 남아 있는 대화 기록이나 사진, 파일 등의 흔적이 자신은 물론 상대방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에서 인기가 치솟는 앱이 ‘시그널'(Signal)이다. 홍콩의 ‘앱애니’라는 분석회사에 따르면 시그널은 지난 1일 이후 홍콩의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소셜네트워킹 앱이다.

시그널이 인기를 끄는 것은 뛰어난 보안성 때문이다. 대화내용이 서버에 저장되지 않고 앱을 삭제하거나 폰을 초기화하면 계정이 자동으로 비활성화 된다. 화면 캡처 기능도 있지만 캡처를 못하게 막는 보안기능도 있다.

시그널은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왓츠앱’처럼 발신자와 수신자 외에는 아무도 메시지를 읽을 수 없다. 텔레그램보다 보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시그널은 보안성을 한단계 더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메시지 사라짐 기능을 사용하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대화 내용이 양쪽에서 모두 사라진다.

불안하기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홍콩보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홍콩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 특히 미국 기업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홍콩보안법 29조에 담긴 내용이다. 홍콩보안법 29조 4항은 중국이나 홍콩에 제재, 봉쇄 등 적대적인 활동을 하는 개인과 조직을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보안법 29조는 국가 기밀이나 국가안보에 관련된 정보를 외국이나 외국 조직, 개인 등에 제공하는 것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고무줄 잣대를 들이댈 경우 금융 애널리스트가 중국 국영기업에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리포트를 발간하거나 언론인이 비리 사건을 다루는 게 보안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 없다.

홍콩에 진출한 외국기업들 가운데서는 보안법이 실시되었다고 해서 당장 홍콩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부 법 조항을 면밀히 살피면서 비상대응 계획을 짜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가운데 홍콩 정부의 홍콩보안법 시행을 감독하고 지도하는 조직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국가안보처)가 홍콩 도심 한가운데인 코즈웨이베이에 둥지를 틀었다.

코즈웨이베이 지역은 지난해 홍콩 내에서 시위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났던 지역으로, 국가안보처 현판식이 열린 메트로파트 호텔 맞은편에는 홍콩 시위의 ‘성지’로 불리는 빅토리아 공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