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에도 ‘김정은 친서 꺼내기 퍼포먼스’…왜?

Donald Trump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꺼내보이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bc뉴스 제공/abc news)

“멋진 편지” 극찬하며 “너무 머지 않은 미래에 김정은 만날 준비” 발언 
뉴욕타임즈 “‘응접실 마술’에 불과” 평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꺼내 보였다.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12일째를 맞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긴급히 각료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늘어선 TV 카메라 앞에서 친서를 꺼내 보이면서 “김정은으로부터 멋진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명에게 편지를 보여줬는데 일생에 이런 편지를 써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찬사를 이어갔다.  

그는 친서를 직접 꺼내 보이면서 궁금증을 증폭시켰지만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그도, 나도 모두 서로 만나고 싶어한다”며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해,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1일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한다”고 밝혀,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에 화답했다. 새해 벽두부터 북미 양 정상이 덕담을 주고받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 NYT, “트럼프 대통령의 응접실 마술(parlor trick)”

하지만 뉴욕타임즈(NYT)는 이날자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꺼내 보이기 ‘퍼포먼스’를 일종의 ‘응접실 마술(parlor trick)’이라고 평가했다. 좌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간단한 속임수 마술로 자기 과시를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이날 각료회의는 셧다운 사태가 12일째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도 예산에 6조원에 가까운 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을 편입시키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그리고 이를 반대하는 민주당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열린 것이다. 

북한 문제는 이날 회의의 주요 의제는 아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종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꺼내 보이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뉴욕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전에도 종종 트럼프 타워 방문객들에게 마이크 타이슨의 챔피언 벨트나 샤킬 오닐의 농구화 등 자신의 수집품을 자랑하곤 했다고 전했는데, 각종 미사여구가 담긴 김 위원장의 친서도 이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꺼내보임으로써 워싱턴 조야에 팽배한 대화 회의론을 반박하는 동시에 김 위원장과의 친분이 여전히 두텁다는 점을 과시했다. 그런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자신이 나서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점을 암시하는 행동이다.  

그런 그는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2차 북미정상회담의 문을 열어놓으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로 급한 쪽은 자신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본인이 협상에서 끌려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다.  

◇ “트럼프 쪽에서는 위급함이 없다”

관련해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의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김정은의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들은 유대를 형성했고, 그것은 둘 사이에 적대감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윤 전 대표는 그러면서 “모두가 벼랑 끝에서 물러섰기 때문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대북 협상에서) 진전을 이뤘는지 여부는 사실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며 “트럼프 쪽에서는 어떤 위급함도 없다”고 지적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등에 대한 기대를 밝히기는 했지만, 김 위원장의 친서를 꺼내 보여준 행위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에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한편, 김 위원장의 친서가 어떤 경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도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는데, 일단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이른바 ‘뉴욕 채널’을 통해 전달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한국을 방문해 이튿날 판문점까지 둘러봤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친서를 수령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비건 대표는 방한 직후인 지난달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북한 관련 브리핑을 했기 때문에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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