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앞두고 남북 모두 ‘신중’ 모드…’비핵화 담판’ 시계에 맞추나

Three leaders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자료사진)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주권 국가에 대한 명명백백한 침략 행위다”

지난해 4월 6월 미국이 화학무기 공격 진원지 의혹을 받는 시리아의 공군 기지를 공습하자 북한은 이틀 뒤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야수적인 만행’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시리아 공습의 경우 16일 현재 사흘이나 지났음에도 북한 당국이나 매체들이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특히 “핵무기를 못가진 나라들만 골라가며 횡포한 주먹질을 해왔다. 힘에는 오직 힘으로 맞서야 하며 핵무력을 비상히 강화해온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다”며 핵무력을 정당화하는 기회로 삼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침묵이다.

이와함께 최고인민회의는 물론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도 핵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태양절로 부르며 최대 명절로 꼽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5일에도 북한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태양절 경축 중앙보고대회때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핵 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거나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ICBM급 전략 무기를 선보이는 등 태양절을 무력 시위의 호기로 삼아왔던 전례에 비춰보면 상당히 자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이 곧 열리고 북미정상회담도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북한이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정세 관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노동당 정치국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중앙보고대회에서 모두 핵이 빠졌다”며 “비핵화를 논의할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심스럽게 국면을 관리하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명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민 실장은 시리아 공습 사태와 관련해서도 “북한 당국이 언급은 하겠지만 미국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면서 ‘비핵화 의지를 재고하겠다’는 식으로 판을 깨려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일연구원 김상기 평화협력연구실장도 “미국은 당초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검토했다가 화학무기 사태가 터지면서 공습을 감행한 것으로 북한 압박용으로 시리아에 강공책을 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도 시리아건과 비핵화 문제는 별개로 보고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대학원대학 양무진 교수도 “시리아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이번 공습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정도의 언행은 자제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양무진 교수는 최근 북한이 언행에 상당한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은 대내용과 대외용의 이중 포석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북한은 핵 무력 언급도 자제하고 있지만 비핵화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전자는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뜻이고, 후자는 북한의 군부와 주민들에게 나름대로 충격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도 남북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회담 결과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제5차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번에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겠다는 지나친 의욕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자체의 성공 뿐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의 동반 성공으로 이어지게 하면서 역할을 나누는 유기적 관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사실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여러 변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트럼프’ 변수가 가장 결정적인 요인일 수밖에 없다. 대다수 참모들이 신중론을 제기했음에도 조기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은 트럼프의 결단이었다.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요구하고 있는 체제안전보장과 관련해 미국이 틀어버리면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고 한반도 전쟁 위험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위기의 극적인 반전과 정상회담 성사 등의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려왔다.

이 때문에 남북정상회담 자체의 성과에만 너무 매몰되지 말고 북미정상회담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남북간에 너무 진전된 합의가 나오거나 별도 트랙이 가동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질 경우 미국이 불편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도 다소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의 진전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언급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하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우선 그 매듭이 풀려야만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에 필요한 다른 사안들도 진전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c) 노컷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