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용호 연설에 미국 무반응…물밑에선 치열한 협상 예고

Mike Pompeo and Ri Yong Ho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사진=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트위터/ Twitter)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는 등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큰 진전을 보이는 모습이지만,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일방적 핵무장 해제는 있을 수 없다”며 미국이 먼저 신뢰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은 리 외무상의 연설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있을 북한과의 협상 준비에 매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9월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내놓은 기조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러한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의 핵심이었던 이 발언에서 ‘핵무장 해제’라는 표현이 명시된 것을 빼면, 지난 8월 초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리 외무상이 내놓은 “우리만이 일방적으로 먼저 움직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연설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동시행동 원칙, 단계적 조치 등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먼저 신뢰구축 조치를 해야 한다는 북한의 공식 입장은 변화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용기와 그가 취한 조치에 감사한다”며 전세계에 김 위원장에 대한 사의를 표명하고, 언론에도 ‘2차 북미정상회담이 꽤 빠른 시일 내에 열릴 것’이라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과는 대조된다.

일단 미국의 신뢰구축 조치를 먼저 촉구한 리 외무상의 연설에 미 행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미 국무부도 리 외무상의 연설이 나온 당일,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만 논평을 내놨다.

대신 미국은 앞으로 있을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북미 간 실무회담 그리고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달 4차 방북 준비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제의를 받아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만큼 미국 행정부도 정상회담에서 내놓을만한 의미있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북한과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와관련해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비핵화 관련 조치와 미국이 줄 수 있는 안전보장 또는 신뢰구축 조치를 “모두 테이블 위에 꺼내놓고” 어떤 것들을 교환할 수 있는지 맞춰보는데서부터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미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사찰, 그리고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 등 다양한 제안이 올라온 상황에서, 북미 간에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물밑에서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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