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냉전 마침표’ 아버지 부시 별세…’걸프전 승리’

George Herbert Bush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George H.W. Bush) 전 미국 41대 대통령이 11월 30일 밤(현지시간) 향년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노컷뉴스DB)

‘아버지 부시’인 미국 41대 조지 허버트 워커(H.W.) 부시 전 대통령이 향년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밤(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부시 가족 대변인인 짐 맥그래스가 전했다.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젭과 닐, 마빈, 도로와 나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놀라운 94년을 보낸 뒤 돌아가셨음을 슬픈 마음으로 발표한다”며 “아들·딸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아버지이자 최고의 인물이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동서냉전에 마침표를 찍었으며, 미 현대 정치사에도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1924년 6월 12일 매사추세츠 밀턴에서 주 상원의원 출신 은행가인 프레스콧 부시와 도러시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966년 하원의원 선거(텍사스 제7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지난 1988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후보였던 마이클 듀카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누르고 당선돼 이듬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라크에 침략당한 쿠웨이트를 해방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걸프 전쟁’에서 약 43만 명의 대군을 파병해 승리를 거둔 것이 가장 큰 치적으로 꼽힌다.

이라크전 ‘사막의 폭풍’ 작전에는 33개국 약 12만 명의 다국적군이 합세했으며, 한국도 군 의료진과 수송기 등을 파견했다.

이라크전 승리 이후 지지도가 크게 올랐지만, 이후 경기 침체와 만성적인 재정 적자 등 국내 경제적 요인으로 민심이 떠나면서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패해 4년만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부시 전 대통령 재직때인 1990년에는 독일이 통일되고, 이듬해인 1991년에는 소련이 붕괴하는 등 그야말로 세계사의 격변기였다.

부시 전 대통령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1989년 12월 지중해 몰타에서 미·소 정상회담을 열고 40여 년에 걸친 냉전종식과 동서화합을 선언하기도 했다.

1991년에는 소련과의 ‘전략무기 감축 협정'(START)을 극적으로 타결했고, 그 연장 선상에서 주한미군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를 철수시켰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1년 11월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다.

미 정계는 “위대하고 겸손한 리더를 잃었다”며 애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부부는 트위터 성명을 통해 “부시 전 대통령은 건강한 판단과 상식, 흔들림 없는 리더십으로 우리나라와 세계를 이끌어 냉전을 평화로운 승리로 종식했다”며 업적을 기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도 “미국은 애국적이고 겸손한 종복(servant)을 잃었다. 오늘 우리 마음은 무겁지만 또한 감사로 가득 차 있다”라고 슬픔을 표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와 쌓아온 우정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며 “나는 그의 타고난, 진심어린 품위에 의해, 그리고 부인 바버라와 가족에 대한 헌신에 의해 항상 감동을 받아왔다”라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1945년 1월 결혼해 슬하에 4남 1녀를 두었으며, 지난 4월 92세를 일기로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바버라 여사와 남다른 금슬을 보여준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바버라 여사는 남편과 아들을 대통령으로 키워낸 ‘국민 할머니’로 미국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고, 차남 젭은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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