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이후 숨진 사망자가 60명 가까이 늘었지만, 정부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니, 전문가를 믿고 접종해 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26일부터 만 62~69세(1951~1958년 출생) 어르신들로 독감 무료 접종이 확대된 가운데 접종 대상자들은 불안감을 내비치면서도 예약일정에 맞춰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사례는 59건(3명은 중증신고 후 사망)으로 집계됐다. 70대와 80대 이상이 각각 26명으로 최다를 기록했고, 60대 미만이 5명, 60대가 2명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23~24일 연이틀 예방접종전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사망자들의 사인을 분석하며 접종 지속 여부를 논의한 질병청은 “현재까지 검토된 사망사례는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9일 만 70세 이상에 이어 자비 부담 없이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된 만 62~69세 고령층은 이같은 정부의 발표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백신을 맞은 뒤 숨진 이들이 대부분 노인층이었다는 점이 반영된 듯,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일대 병원은 ‘무료접종 개시’가 무색하게 다소 한산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모 의료기관 입구에 부착된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지원사업’ 관련 안내문.(사진=이은지 기자)
어르신 독감 예방접종 지정의료기관인 모 이비인후과에는 백신을 맞기 위해 대기 중인 60대 환자가 두세 명 남짓밖에 없었다. 병원 관계자는 “미리 예약을 해두신 분 중에도 오늘 아침 다른 날로 (접종일을) 다시 잡아달라고 하시는 어르신이 계셨다”며 “예상보다 인원이 많이 없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의료기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병원 측에서 ‘거리두기’ 간격에 맞춰 바닥에 표시해둔 대기선에는 예전처럼 빼곡이 들어찬 접종 대기자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해당병원 근처에 거주하는 정모(62·여)씨는 “집이 바로 이 근처라 매일 오며가며 봤는데 원래 저기 (건물) 뒤까지 (접종 대기자들이) 서서 굉장히 혼잡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굉장히 (상황이) 여유로운 것 같다”고 전했다.
당초 이날 접종을 예약했다는 정씨는 “앞으로 접종을 할 건데, 컨디션 조절을 좀 하려고 한다. 매스컴이 너무 시끄러우니 상황을 좀 지켜본 다음에 천천히 늦춰서 하려 한다”며 “자꾸 60 넘은 노인들에게 이런 일(사망)이 일어나니 감기기운이 있다거나 하면 안 좋으니 열흘 뒤에도 접종이 되는지, 시일이 지나도 접종할 수 있는지 물어볼 겸 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백신 자체의 이상은 없다는 정부의 말을 신뢰하는 접종자들도 있었다.
서울 양천구에서 부인과 함께 백신 접종 차 내원한 강모(65)씨는 “아무래도 (정부의 발표를) 믿는다”며 “정부에서 하는 사업인 것도 있지만, 지금 세계적으로 (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유행) 위험성이 많으니 조금이라도 (접종 대상자들이) 와줘야 서로 도움이 되니 온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같이 접수했다는 윤모(64·남)씨 또한 접종시일을 미루면서도, 백신의 안전성은 문제 삼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씨는 “몸 컨디션이 그저께부터 좋지 않더라. 컨디션이 안 좋아서 안 맞았는데, 몸 상태만 좋았다면 맞았을 거다”라며 “우리 집사람이 먼저 (백신을) 맞았는데 맞은 쪽 부위로 조금 안 좋다 하더라. 사람이 기분문제도 있고, 컨디션이 좋을 때 맞아야 하니 건강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맞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하신 분들이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고 젊은이도 있지만, 젊은 사람은 고등학생 하나이지 않나. 불의의 사고라 생각한다”며 “이번에 코로나와 백신 접종이 겹치다 보니 더 불안해들 하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서울 방화동에서 온 60대 정모씨는 “(독감 백신이) 위험하다, 위험하지 않다 등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사실 반반이다”라며 “맞은 사람이 죽은 것만 갖고 안전성을 이야기하긴 애매한 것 같다. 그 논리로 따지면, 하루에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이 지금 숫자의 몇 배인데, 그렇다고 자동차를 다 없애야 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일주일 전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건강상태를 점검하고자 병원을 찾은 70대 노부부도 있었다.
남편 윤모(78)씨는 “지난주 월요일(19일)에 접종했는데 내 바로 앞에서 접종한 80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며 “그래서 나도 굉장히 불안한 느낌이 있었다. 약간 (이전에) 안 아프던 곳이 신경계통 위주로 칼로 탁 찌르듯 느껴지는 현상도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이에 대해 아내 송모(70)씨는 “(그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밤 11시에 계속 남편한테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었다”며 “이제 맞은 지 한 주가 지나 좀 고비를 넘긴 것 같다. 나는 괜찮았는데 남편은 좀 많이 불안했다 하더라”고 거들었다.
앞서 방역당국은 두 차례에 걸쳐, 백신 접종 후 임종한 사망자 59명 중 46명에 대해 “백신 접종과 사망자들의 사망 간 인과관계가 매우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독감 백신에 대해 보건당국이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하여 내린 결론과 발표를 신뢰해 주시기 바란다”며 “과도한 불안감으로 적기 접종을 놓침으로써 자칫 치명률이 상당한 독감에 걸리는 더 큰 위험을 초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는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장하성 대사는 26일 베이징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중국 측이 주장하는 항미원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한국전쟁 발발 등과 관련한 사안은 국제적으로 논쟁이 끝난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장 대사의 이 발언은 중국이 인민지원군의 한국전 참전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항미원조 분위기를 띄우며 ‘정의의 승리’, ‘평화의 승리’ 운운하는 데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자신들이 참전했던 한국전에서 당시 세계 최강이던 미국을 물리쳤다는 항미원조 서사를 확대 재생산 함으로써 애국주의를 고조시키고 이를 통해 내부 단결을 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쟁에서 총부리를 겨눴던 상대방의 역사 해석이 똑같을 수는 없지만 일방적 시각에 대한 과도한 강조나 특정 시점과 사실에 대한 부각은 자칫 전쟁의 전체적인 구도나 맥락,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
연설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사진=CCTV 캡처)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3일 진행된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미국은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38선을 넘어 전쟁의 불길을 중북 접경까지 끌고 왔다”, “북한을 침범한 미국 전투기는 동북 지역을 여러 차례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6.25 전쟁을 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규정한 관련 기사를 리트윗하면서 중국 공산당은 전쟁이 70년 전에 그저 ‘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1950년 6월 25일 마오쩌둥의 지원으로 남한을 침공했다”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이어 “자유 국가들이 반격하자, 중국 공산당은 압록강을 건너 수십만 명의 병력을 보내 한반도에 참화를 가져 왔다”고 덧붙였다.
우리 외교부도 지난 24일 “한국전쟁 발발 등 관련 사안은 이미 국제적으로 논쟁이 끝난 문제로 이러한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 바뀔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한국전에 대한 기본 인식 재확인이 중국측의 입장을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장 대사는 이날 중국이 항미원조 작전 7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며 애국주의를 고취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우리 관심 사안에 대해 중국과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