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 배우’라고 해야 할까. 배우 임주환은 어느 작품이나, 어떤 배역이나 순식간에 녹아든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색채를 뚜렷이 간직한다. 그가 캐릭터의 옷을 입는 여러 순간들은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MBC 드라마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임주환은 초반 대본상에도 거의 정보가 없었던 산업스파이 데릭현의 이중성을 섬세하게 구현해냈다. 완전히 악역이라기엔 애매한, 자칫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캐릭터가 될 위험성도 있었다. 그러나 임주환은 데릭현에게 숨결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임주환은 군 입대 기간을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쉼없이’ 연기해왔다. 1년에 한 작품은 기본이라 그가 1년 간 활동이 뜸했을 때는 의문을 가지는 팬들도 있었을 정도다. 작품이나 역할의 크기가 어떻든 임주환에게 이는 큰 고려 대상이 아니다. 속부터 알차게, 요란하게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배우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워낙 동안이지만 그도 이제 경력 20년 차를 목전에 둔 베테랑 배우다. 연기에 대한 따가운 비난마저도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성숙해졌단 뜻이다. 다음은 코로나19로 인해 서면으로 진행된 임주환과의 일문일답 인터뷰.
배우 임주환.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제공▷ ‘탐나는도다’부터 ‘나를 사랑한 스파이’까지 MBC와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분위기가 미스터리한 이중생활 스파이 데릭 역이었는데 그 연기 간극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었는지, 또 실제로 이런 이중생활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지
– 감사하게도 새로 작품 들어가실 때 러브콜을 보내주시곤 한다. (데릭 연기는) 감독님과 작가님을 의지하는 면이 많았다. 저는 대본에 나온 뜻을 인지하고, 현장에서 연출 의도를 파악해서 그림을 그릴 뿐이었다. 실제로 그런 이중생활이 가능할지는…스파이라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 극중 배우 유인나, 에릭(본명 문정혁)과는 나이 또래가 비슷해 이야기도 잘 통했을 것 같다. 현장에서 두 사람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 배우분들과 연기 호흡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좋았다. 문정혁(에릭) 선배님과는 촬영 내내 너무 재미있었다. 계속되는 촬영 스케줄 속에서도 선배님과 함께한 시간은 마치 학창 시절 중간중간 쉬는 시간 같았다. 굉장히 즐거웠다. 유인나씨는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고, 모든 것에 반응해 주면서 대답을 해줬다. 또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표현하는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 다작 배우이기도 한데 필모그래피를 보면 군대 빼고는 쉰 적이 거의 없는 느낌이다. 꾸준히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면서 배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도 궁금하고, 100% 로맨스물을 한 지가 오래돼서 이를 기다리는 시청자들도 많을 것 같다
– 모든 것은 쌓아 올려지기 마련이고, 껍데기보다 속부터 차곡차곡 생긴다고 생각한다. 흔들리거나 요란하기 싫기 때문에 꾸준히 잘 이어가고 싶다. 로맨스 장르는 할 생각이 당연히 있다. 너무나도 열려있고, 찾고 있는 중이다.
배우 임주환.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제공▷ 상당수 드라마들에서 악역을 맡아왔고 반응도 좋았는데 그런 역할의 매력은 뭘까. 여기에 더해 드라마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임주환이란 배우는 항상 자기 색깔을 잃지 않는는다는 평가가 상당하다. 스스로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 악역의 매력은 현장에서 연기를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 같다. 지금까지 맡았던 악역은 인물마다 나름대로 사연이 있었는데, 아무런 이유와 사연이 없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긴 하다. 연기에 대해 그런 평가가 있다는 질문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연기를 표현하거나 캐릭터를 소화할 때 스스로 배우로서 오기와 욕심도 있지만, 절 믿고 맡겨주시는 작가님과 감독님 또 믿고 바라봐 주는 현장 스태프분들에게 드려야 하는 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 시청자 반응은 실시간으로 좀 보는 편인지, 그렇다면 스스로 그런 피드백을 받아 연기에도 반영하는지 궁금하다. 주변에 그런 피드백을 주는 인물(배우인 동료가 아니라도 가족 등)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
– 댓글이나 시청자 반응을 많이 보는 편이다. 제 연기를 봐주시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들어야 하니까. 피드백을 반영하는 건 반반인 것 같다. 좋은 피드백은 기분 좋게 파이팅하고, 나쁜 피드백은 설득시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더 접근한다. 연기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설득하고 납득시키는 부분들이 생각보다 재미있다.
▷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잦지는 않지만 ‘런닝맨’ 등 출연만 하면 상당한 예능감을 선보이더라. 요즘은 연예인들도 유튜브로 일상을 공개하는 등 활발하게 소통하는데 연기 외에 좀 더 가까운 소통 방식을 생각해 본 적도 있나
– 닫지 않고 열어두고는 있지만 제게는 엄청난 숙제일 것 같다.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재치와 순발력을 발휘해 누군가를 즐겁게, 웃게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기에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다.
배우 임주환.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제공▷ 단역부터 시작해 주연까지 차근차근 ‘정석 루트’를 밟아 온 배우 중 하나다. 어느덧 배우 경력 20년 차를 바라보고 있는데 늘 좋은 때만 있진 않았을 것 같다. 잘 풀리지 않은 시기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을까
– 있었다. 정말 한 번 크게 왔었고, ‘이번에도 난 역시 그대로구나. 이쯤에서 관두자’라고 생각까지 했었는데 할 줄 아는 게 이것뿐이라 그렇게 되면 더 어둡고 춥겠더라. 어느 순간 전 작품에 또 참여하게 됐고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 제가 웃기기도 하고 오기가 생겼었는데, 그 이후 오히려 편해져서 대본과 촬영장이 더 자세히 보였던 것 같다.
▷ 데뷔 당시와 지금 배우 임주환의 마음가짐이나 연기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인간적인 부분에 대한 것도 좋다
– 질문을 받고 나니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그런데 아마 변하지는 않았을 거다.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알고, 믿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선 고집이 있어서.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에 숨진 ‘정인이’의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홀트)가 아동의 피해정황을 포착하고도 이를 4개월 넘게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양천구 입양아동 사망사건 보고’ 자료에 따르면, 홀트 측은 지난해 2월 3일 정인양이 입양된 이후 같은 해 10월까지 3차례 가정방문을 하고 양부모와 3번 통화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홀트는 두 번째 가정방문이 있었던 지난해 5월 26일 정인양의 신체에 멍이 든 것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홀트 측은 당시 사후보고서에 “아동의 배, 허벅지 안쪽 등에 생긴 멍 자국에 대해 양부모가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기록했다.
이후 같은 해 6월 26일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정인양의 쇄골 골절, 2주간의 깁스 사실 등도 전달받았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양부와 통화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입양인연대 등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앞에서 ‘홀트아동복지회 부실한 입양절차 책임지고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또한 양모가 정인양을 자동차에 30분 정도 방치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이뤄진 7월 2일 3차 방문에서도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 대응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홀트는 정인양의 체중이 1kg이나 줄어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온 9월 23일에는 양모가 꺼린다는 이유로 가정방문을 10월 15일로 약 한 달 정도 늦춘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10월 3일 양부와 통화한 이후 “아동이 이전의 상태를 회복해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적기도 했지만, 정인양은 열흘 뒤인 13일 끝내 숨졌다.
앞서 가정방문을 통해 이미 학대 의심정황을 발견했을 뿐 아니라 반복적인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하지 않아 학대를 수개월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신현영 의원은 “아동학대 징후를 발견한 전문가의 의학적 소견을 참고해 담당자가 현장 평가에 적극적으로 이를 반영했다면 정인이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입양 뒤 사후관리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흥민(29)이 지난 2일(한국시간) 리즈 유나이티드전에서 토트넘 핫스퍼 입단 100번째 골을 넣은 뒤 조제 무리뉴 감독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은 페널티킥을 제외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 랭킹으로 톱3에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손흥민의 토트넘 100골 중 페널티킥 골은 단 한 골이 전부다.
토트넘의 페널티킥은 해리 케인이 전담한다.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페널티킥을 찬 것은 두 번에 불과하다. 케인이 빠진 상황이었다. 2018년 2월 로치데일과 FA컵에서는 실축했고, 2020년 2월 사우샘프턴과 FA컵에서는 성공했다.
2020-2021시즌에도 페널티킥을 차지 않았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12골과 함께 시즌 15골을 터뜨렸다.
무리뉴 감독은 “어떤 선수는 한 시즌에 10골을 페널티킥으로 넣는다. 물론 케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몇몇 공격수를 저격한 뒤 “손흥민의 활약에 정말 만족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큼 순도 높은 골 퍼레이드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는 13골 중 5골을 페널티킥으로 만들었다. 득점 2위 손흥민은 페널티킥 득점이 없다. 이어 브루누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1골 중 5골,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가 11골 중 6골을 페널티킥으로 기록했다. 도미닉 칼버트-르윈(에버턴)도 11골 모두 필드골이다.
유럽 5대 리그로 범위를 넓혀도 손흥민의 기록은 독보적이다. 페널티킥은 주로 팀 내 최고 공격수들이 맡기 때문이다. 10골 이상 기록 중인 공격수들 중 페널티킥 득점이 없는 선수는 손흥민과 칼버트-르윈이 유이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은 19골 중 2골, 2위 엘링 홀란드(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10골 중 1골을 페널티킥으로 보탰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14골 중 4골, 로멜로 루카쿠(인터 밀란)가 12골 중 3골,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AC 밀란)가 10골 중 2골, 치로 임모빌레(라치오)가 10골 중 3골을 페널티킥이었다.
프랑스 리그앙에서는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가 12골 중 4골, 부라예 디아(스타드 드 랭스)가 10골 중 4골을 페널티킥으로 넣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도 마찬가지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7골 중 2골을 페널티킥으로 기록한 가운데 9골 득점 공동 선두 중 루이스 수아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만 페널티킥 득점이 없다. 이아고 아스파스(셀타 비고)가 9골 중 3골, 헤라르드 모레노(비야레알)가 9골 중 4골을 페널티킥으로 작성했다.
손흥민의 가치는 슈팅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16경기에서 슈팅 28개로 12골을 터뜨렸다. 2.3개의 슈팅마다 골이 나왔다는 의미다.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 살라(52개)의 절반 수준이다. 그야말로 무서운 골 결정력이다.
’16개월 영아 학대 사망’ 사건이 방송을 통해 재조명되면서 학대 피해자를 추모하는 물결이 일고 있다. 분노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가해자 엄벌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4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에 따르면 정인 양을 애도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근조화환 140여 개가 모였다.
협회는 오는 13일 시작되는 입양모 장모씨의 재판 일정을 고려해 11일부터 서울남부지법 앞에 근조화환을 설치할 예정이다. 가해자 엄벌과 살인죄 적용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도 진행한다.
가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정인이 진정서 작성 방법’을 공유하며 재판부에 진정서를 보내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연예인들도 자신의 SNS에 게시글을 올리며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양부모에게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현재 23만여 명이 동의했다.
서울남부지검 앞에 ’16개월 영아 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숨진 아이를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앞선 3차례의 아동학대 신고를 모두 부실하게 처리한 양천경찰서를 향한 비판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양천서 홈페이지에 비판 게시물이 쏟아지면서 한때 홈페이지에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협회에 따르면 경찰은 일주일 뒤인 23일 ‘질책을 겸허하게 듣겠다. 담당 경찰관에게 상응한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라는 내용의 답변을 협회에 보내왔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동 학대에 대해선 타협하지 않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아동 학대 현장을 조사하는 경찰이나 전담 공무원들이 부실 대응해 아동이 사망한 경우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조치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 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양모 등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학대 피해를 당하다가 사망 당일 등쪽에 강한 충격을 받아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경찰은 3차례 정인 양의 학대 피해 의심 신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정인 양을 부모와 분리하지 않고 사건을 내사종결하거나 불기소(혐의없음) 처분했다. 서울경찰청은 신고 처리를 맡았던 경찰관 5명을 징계위에 회부하고 감독 업무를 맡았던 경찰관 등에게 ‘주의’, ‘경고’ 등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장씨에게 아동학대치사와 유기, 방임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양부인 안씨에게는 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의 혐의가 변경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최근 정인 양의 사망 원인 재감정을 법의학 전문가 3명에게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