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목숨 소중’ 글씨 훼손한 美백인 2명, 증오범죄 기소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백인 남녀 2명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는 글씨를 훼손했다가 증오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미 캘리포니아주 콘트라 코스타 카운티 검찰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글씨가 새겨진 도로에 검은색 페인트칠을 한 데이비드 넬슨(53)과 니콜 앤더슨(42)을 기소했다고 8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두 사람은 지난 4일 캘리포니아주 마르티네스시(市) 법원 앞 도로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문구가 등장하자 검은색 페인트 통과 대형 롤러를 들고 나타났다.

사건 당일 현지 주민 100여명이 5시간 동안 작업해 ‘BLM 도로’를 완성하자마자 이를 훼손한 것이다.

앤더슨은 도로 위에 검은색 페인트를 들이붓고 롤러로 덧칠했고, 넬슨은 이 모습을 촬영하며 거들었다.

앤더슨은 공화당 상징색인 빨간 셔츠를, 넬슨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지지하는 문구를 새긴 셔츠를 입고 있었다.

훼손 현장을 목격한 행인들이 항의하자 앤더슨은 “이런 글씨는 뉴욕으로 보내야 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넬슨은 “경찰의 만행과 인종차별 이야기에 신물이 난다. 그건 언론과 좌파의 거짓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보도자료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운동은 중요한 시민권의 행사”라며 글씨를 훼손한 두 사람에게 증오 범죄와 시민권 침해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함께 버몬트주의 언더힐시에서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도로 글씨가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BLM 도로 2곳이 검은색 타이어 바퀴 자국, 흰색과 갈색 페인트로 더럽혀져 있었다”며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글씨를 훼손하면 우리 공동체와 백인 사회 모두에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