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2년만에 가장 더웠다…”마스크 답답해”

서울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는 등 ‘불볕더위’가 이어진 22일 시민들은 부채질을 하거나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버스를 기다리거나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시민들은 삼삼오오 그늘로 모여들거나 각 구차원에서 설치한 햇빛 가림막 아래에서 숨을 골랐다. 예년 같으면 한 여름인 7~8월에나 찾아올 더위에 백화점 매대에는 양산, 모자, 선글라스 등 각종 여름용품이 진열됐다.

시민들은 이번 더위는 조금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해 숨쉬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이날 오후 12시 서울역에서 만난 장모(26)씨는 “날이 너무 더운데 마스크까지 껴야하니 아예 밖을 못 돌아다니겠다”며 “최대한 그늘을 통해 걸어다니거나, 실내활동을 많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올라온 김모(37)씨는 “서울은 윗지방이라 덜할 줄 알았는데 내리자마자 너무 더웠다”며 “양산 등도 안 챙겨나왔는데 햇빛이 너무 강렬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마스크는 얇은 덴탈마스크를 쓰고는 있는데 국내산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 일단은 중국산으로 구비해뒀다”고 덧붙였다.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을 걱정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선글라스를 착용한 시민 한모(51)씨는”올해 어머니가 88세이신데 에어컨을 싫어하신다”며 “코로나가 심해져서 밖에 나갈 수도 없고, 집에서 시원하게 계셔야 하는데 괜찮으실지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빌딩에서 노동자들이 외벽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 (사진=박하얀 기자)실내로 더위를 피할 수도 없는 야외 노동자들의 고충은 더 크다.

건물 외벽 청소를 하는 A(53)씨는 “열이 현재 35도면, 유리면에 반사되는 열이 1.5배 정도 더 뜨겁다”며 “최대한 그늘진 곳을 찾아 작업을 하려하는데, 그럴 수 없는 경우는 물과 음료수를 많이 섭취한다”고 말했다.

점자블럭을 깔기 위한 작업을 하던 60대 최모씨는 “금년에는 특히 더 더운것 같다”며 “20분 일하고 10분 쉬는 방식으로 자주 쉬어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배송노동자 B씨는 “날도 더운데 코로나 때문에 물량이 더 늘어 힘이 든다”며 “저는 최대한 물량을 줄였지만, 아마 일반 가정집에 기사마다 300-400개씩 물량을 배달할 것”라고 귀띔했다. B씨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 상태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 최고기온이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오후 3시9분 35.4도까지 올라 6월 하순 기준으로는 62년 만에 가장 더운 날씨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6월 하순 가장 더웠던 때는 1958년 6월 24일로 37.2도를 기록했고, 그 뒤를 1958년 6월 25일(35.6도)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한 햇볕이 내리쬐고 지난 주말부터 구름이 적은 맑은 날이 계속되면서 열이 누적됐다”며 “특히 중부지방의 경우 고기압 중심부에 자리잡으면서 바람까지 적어 기온 상승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지난 21일 오후 3시를 기해 서울 동남권과 서북권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 밖에 경기와 강원, 충청, 전북, 경북, 대전, 세종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번 무더위는 24일 전국이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으면서 한풀 꺾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