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평균 나이가 82세입니다. 우리에게는 죽기 전에 평화협정이 맺어지게 해달라고 유엔 지도부에 호소할 정당한 권리가 있습니다.”
11일(현지시간) 연합뉴스가 입수한 미국 등 해외 참전용사들의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유엔 청원서’ 초안에는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병들의 마지막 소원이 담겼다.
벌써 70년 넘은 한국전쟁에 공식으로 마침표를 찍고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참전용사 고(故) 글렌 페이지 하와이대 교수가 제안하고 한국전쟁 유업재단(이사장 한종우)이 추진하는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촉구 유엔 청원에는 여기에 뜻을 같이하는 미 참전용사들이 이름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초안에서 “우리가 20세기의 해결되지 않은 비극에 대해 해야 할 일은 공식으로 전쟁을 끝내고 모든 관련 당사국 사이의 평화협정을 상호 인정하고 정상화하는 일”이라며 “북한의 핵개발도 우리가 전쟁 종식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정당화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추진되던 유엔 청원 노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초안 문구에도 불구하고 2017년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여론 악화 속에 흐지부지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나 3년이 흘러 청원 재개 움직임을 앞둔 시점에서도 이들의 의지에는 변화가 없다.
초안 작성 당시 미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KWVA) 회장이었던 토머스 스티븐스(87)는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전쟁을 공식으로 끝내는 평화협정이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구상을 여전히 지지한다”며 개인 자격임을 전제로 동참 의사를 재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 총회 연설과 코리아소사이어티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공개 제안한 데 대해서도 스티븐스 전 회장은 “전쟁을 끝내고 남북한을 더 가까운 통합으로 이끌 노력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스티븐스 전 회장은 유엔뿐 아니라 2018년 6·12 북미정상회담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인물이다.
그 직전 KWVA 회장을 지낸 래리 키너드(92) 역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을 포함한 평화협정 구상을 여전히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두 나라의 통일을 위한 이런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답했다.
키너드 전 회장은 “어떻게 해서든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마음속에서 변화가 생겨 진심으로 통일을 위한 진지한 작업에 동의하기를 바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2년 전 자신의 후임인 스티븐스 전 회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보내는 서한을 권유했다는 키너드 전 회장은 “만약 차기 미 대통령이 한반도 통일을 추구하기로 결심한다면 기꺼이 개인적으로 내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라져 가는 참전용사 중 한 명으로서 내가 죽기 전에 (한반도) 통합 달성을 위한 뭔가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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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공개 발언에 대해선 “다소 이른 발언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국의 지도자가 협상에서 뭔가 이뤄내기를 희망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있는 판초 우의를 입은 용사상에 힌트를 제공한 웨인 펠키(88)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정전협정 직전 중공군 포격으로 다쳤을 때 입었던 판초를 보관하다 조각가에게 보여준 것이 용사상 디자인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펠키는 지난 9일 한종우 유업재단 이사장과의 인터뷰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데 절대적으로 찬성한다”며 “이제는 정말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 지원으로 참전용사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이끄는 한 이사장은 “21개국을 돌며 만난 모든 참전용사가 일성으로 ‘하나 된 코리아’를 보는 게 평생의 소원이라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