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홍콩 의회인 입법회 선거를 앞둔 가운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요구하는 ‘충성 맹세’를 놓고 민주파 진영 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민주파 진영은 입법회 선거에 출마할 야권 단일후보를 정하는 지난 11∼12일 예비선거에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61만여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하면서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홍콩 민주파 진영은 이 기세를 몰아 9월 선거에서도 사상 최초로 총 70석 입법회 의석 중 과반수를 차지하자는 ’35-플러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이 요구하는 ‘충성 맹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야권 내에서는 내분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홍콩보안법 6조는 공직을 맡는 홍콩인은 서면이나 구두로 홍콩 정부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하도록 규정했다.
홍콩에서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자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만약 홍콩보안법이 요구하는 충성 맹세를 거부하면 선관위에 의해 후보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이번 야권 예비선거에서 카오룽이스트 지역 1위를 차지한 조슈아 웡(黃之鋒)은 충성 맹세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웡은 “이미 후보 자격 박탈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나는 충성 맹세 여부가 내 후보 자격 획득에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중국 중앙정부는 이른바 ‘국가정책’과 ‘외교’를 고려해 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웡은 지난해 11월 구의회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충성 서약을 했지만, 선관위는 그가 홍콩 헌법인 ‘기본법’과 정부에 대한 충성 의사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그의 후보 자격을 박탈해버렸다.
이처럼 홍콩 선관위가 후보의 사상 등을 문제 삼아 후보 자격을 박탈한 사례는 2016년 이후 10여 건에 달한다.
정치 평론가 조니 라우는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야권 후보나 당선자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야권의 ’35-플러스’ 캠페인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웡에 이어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우치와이(胡志偉) 주석 등 일부 야권 후보들은 잇달아 충성 맹세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야권 내에서는 충성 맹세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주파 진영 후보인 벤터스 라우는 “만약 선관위 직원이 내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면 그는 법정에서 나를 만나야 할 것”이라며 충성 맹세라는 ‘기술적 문제’로 인해 후보 자격 박탈의 빌미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입법회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는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는 홍콩 야권이 홍콩 사회에 혼란을 불러오려는 ‘초토화 마인드’를 지니고 있다면서 강도 높게 비난했다.
관영 인민일보는 “사회 혼란의 주범들이 홍콩 의회를 장악한다면 우리가 지난해 보았던 시위와 폭력이 입법회 내에서 재현될 것”이라며 “이는 홍콩에서 법치주의와 사회 질서가 사라지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입법회 선거는 오는 9월 6일 치러지며, 선거 후보 등록은 이달 말까지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