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탈북민의 대북전달 살포를 문제 삼아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을 끊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10일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하고 있는 2개 단체에 대해 고발과 법인 허가 취소에 착수했다
통일부는 이날 탈북민인 박상학 대표가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그의 동생 박정오 대표가 이끄는 ‘큰샘’을 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두 단체가 대북 전단 및 PET병 살포 활동을 통해 남북교류협력법의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하였으며, 남북정상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함으로써, 남북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상학 대표의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거론한 ‘지난달 31일 대북전단 살포’에 이어 오는 25일 6.25전쟁 75주년을 맞아 전단 100만장 살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박정오 대표가 이끄는 ‘큰샘’은 지난 8일 강화군 삼산면의 한 마을에서 쌀을 담은 페트병을 바다에 띄어 북측에 보내려다 주민 반발로 실패하기도 했다.
통일부가 이 두 단체에 대해 경찰 고발과 법인 허가 취소에 착수한 근거는 남북교류협력법상 반출 승인 규정 위반이다. 북한에 물품을 보내기 위해서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른바 ‘미승인 반출’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는 대북 전단을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반출 물품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갑작스런 고발 조치와 그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도 예상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교류협력법상 반출은 남북 간 물품 이동을 말하는데, 전단 살포나 페트병을 이용한 물품 살포도 반출 조항에 해당한다고 새롭게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말했다. 새로운 유권해석을 내린 이유는 바로 ‘사정 변경’이 생겼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5가지 ‘사정 변경’ 사유를 언급했다.
첫째는 지난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한다고 합의한 점이고, 둘째 대북전단 살포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된다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수 있다는 2016년 대법원의 판결이다.
셋째 전단물품의 종류와 살포 기술의 변화이다. “처음에는 전단만 살포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쌀이나 이동식저장장치(USB), 달러화, 라디오까지 전단물품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넷째 코로나19 방역을 둘러싼 북측의 우려이다. 이 당국자는 “우리와 북측이 모두 초유의 전염병 상황에서 총력을 기울여서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우리 쪽에서 전단을 통해 날아간 물품에 대해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북측의 우려가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섯째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민원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접경지역 주민들이 직접 대북전단 살포를 막거나, 정부에 이를 적극적으로 막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이 요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현행 교류협력법의 반출승인 대상품목에 대한 새로운 유권해석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한편 이와 별개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한 법률 재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통일부가 대북전단에 대해 새로운 유권해석을 내린 것은 일종의 소급적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탈북민의 반발 등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유권해석을 급조했다는 논란이다.
다만 정부가 이런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교류협력법을 적용해 대북전단 살포 차단에 나선 것은 남북관계의 급격한 경색을 막는 한편 북한에도 메시지를 보내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세 관리와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해석이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가 북한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과 통신선 차단 조치 등의 조치에 대해 저자세로 대응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정책을 통해 정세를 관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라며, 차분한 대응기조방침을 밝혔다.
여상기 대변인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전략적 자세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