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화웨이에 오는 15일부터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다.
지난달 17일 미국 정부가 발표한 화웨이 추가 제재안으로 인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도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지를 미국측에 타진했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추가 제재안이 오는 15일부터 발효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승인하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지만, 승인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쥐고 있는 ‘K반도체’에도 불통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자국의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화웨이에게 반도체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이에 화웨이가 우회로를 뚫자 미국 정부는 지난달 더 촘촘한 그물망으로 화웨이를 옥죄고 나섰다.
화웨이가 구매자, 중개자, 최종사용자인 경우에 거의 모든 거래는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다시말해 화웨이는 미국의 허가 없이는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를 이용해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그 어떤 기업에게서도 반도체를 구매할 수 없게 된 셈이다.
화웨이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주요 고객이었던만큼 공급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화웨이는 메모리 반도체의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SK하이닉스가 최근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매출 가운데 41.2%(6조5172억원)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삼성전자 역시 올 2분기 5대 매출처에 화웨이가 포함돼 있다.
다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단기적으로 충격이 올 수 밖에 없지만, 메모리 업체들이 화웨이가 아닌 다른 거래처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나면 충격파를 곧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5G 장비와 파운드리에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고 CE(가전), IM(스마트폰·PC), DS(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여러 사업부로 분산되어 있어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비해 화웨이 추가 제재로 인한 타격이 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미국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공급 차질을 빚게 됐다.
양사가 중국 화웨이에 제공해온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패널도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돼 오는 15일 이후 공급이 중단된다.
반도체의 한 종류인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칩(드라이브 IC)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일부 납품해왔지만, 매출 비중은 적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