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로 만들어주는 ‘절대반지’ 이베이…인수 전쟁 서막 올랐다

5조원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를 사겠다는 기업들의 라인업이 최종 확정됐다. 전통적 유통기업부터 IT기업까지 이베이코리아를 손에 넣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이마트 등 유통 대기업부터 SK텔레콤을 비롯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서를 제출했다.

이베이코리아는 매각가 5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희망가가 너무 높다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일단 예비입찰에 다양한 후보군이 이름을 올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유통 대기업을 비롯해 통신사까지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이 되려고 도전장을 내민 배경에는 쿠팡의 미 증시 상장이 자리한다.

시가총액 100조원에 육박한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은 20조 9000억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20조원으로, 이커머스 점유율은 쿠팡과 1~2%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이커머스 점유율은 1위가 네이버(17%), 2위가 쿠팡(13%), 3위가 이베이코리아(12%)다.

G마켓과 옥션, G9 등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는 15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 3000억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수 초반에는 이베이코리아가 매각비용으로 요구한 5조원이 비싸다는 평이 많았는데 쿠팡이 미 증시에 상장하면서 단숨에 100조 기업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5조원이 상대적으로 싼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인지도’ 높지만 ‘플랫폼’ 약한 이커머스들 이베이코리아 얻기 ‘사활’

시장 점유율에서 보여지듯, 이커머스 전쟁에서 이베이코리아는 누구든 인수자를 업계 1위로 만들어주는 ‘절대반지’다.

특히 플랫폼으로 승패가 좌우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자사의 ‘플랫폼’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이마트와 SK텔레콤 두 기업의 인수 의지가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마트. 연합뉴스이마트는 “예비입찰서를 제출한 사실이 맞다”고 입찰 참여를 공식화했다.

신세계는 SSG닷컴이라는 별도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해 거래액은 3조 9000억원에 그쳤다.

만약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이 된다면 SSG닷컴 거래액은 단숨에 24조원으로 2위 쿠팡(20조 9000억원)을 제치고 1위 네이버쇼핑(26조 8000억)과 상위권 다툼을 하게 된다.

미국 아마존과 협업을 발표한 11번가도 이번 인수전에 참여를 공식화했다.

11번가를 운영하고 있는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언론에 이베이코리아 인수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의 이커머스 점유율은 6%로 4위지만 이베이를 품에 안으면 네이버(17%)와 쿠팡(13%)을 넘어서 1위에 오르게 된다.

한편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던 카카오는 입찰에 최종 불참했다. 네이버 역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대신 신세계그룹과 2천5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신선 배송과 명품 쇼핑을 강화하겠다며 반(反) 쿠팡 연대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한편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입찰 적격자(쇼트 리스트)를 추려 실사를 진행하고 본입찰을 통해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