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故손정민 사건 내사 종결…손씨父 “허탈·착잡하다”

경찰이 29일 ‘변사사건 심의위원회'(심의위)를 열고 고(故) 손정민(22)씨 사건을 논의한 결과 ‘내사 종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손씨가 실종돼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 66일 만이다. 이 소식을 들은 손씨 유족은 “허탈하고 착잡한 심정”이라면서도 “고소 사건 수사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 30분쯤까지 서초서 2층 회의실에서 심의위를 열고 손씨 변사 사건의 수사 종결 여부를 논의했다. 약 2시간 30분간의 논의 끝에 심의위는 ‘내사 종결’ 결정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그간 수사사항, CCTV 영상자료, 전문가 의견 등을 바탕으로 총 8명의 내·외부위원이 보강 수사 필요성과 변사사건 종결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했다”며 “그 결과 본 건은 종결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서초서는 그 동안 유족을 상대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사사항을 상세히 설명해 왔다”며 “유족의 CCTV 열람 요청에 따라 5월 27일과 6월 21일 두 차례에 걸쳐 총 6시간 30여분 동안 확보한 CCTV 영상을 열람토록 했다”고 덧붙였다.

심의위는 변사자의 사망 경위가 불분명할 때 사건의 수사 연장 여부를 심의하는 기구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도피 중 사망한 유병언씨 변사 사건을 계기로 처음 만들어졌다.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숨진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글과 물품들이 놓여 있다. 이한형 기자경찰청 훈령에 따르면 경찰서장은 △변사자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거나 △수사 결과에 유족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 그 밖에 경찰서장이 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심의위를 개최해 보강 수사 필요성과 종결 여부를 심의할 수 있다.

원래 심의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3~4명의 내부 위원과 1~2명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때 위원장은 변사 사건의 책임자인 형사과장이 맡고, 외부 위원들은 모두 서장이 위촉한다.

하지만 경찰은 손씨 사건과 관련해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위원장을 서장급으로 격상시키고, 외부 위원도 대폭 늘렸다. 이날 심의위는 내부 위원 4명과 외부 위원 4명으로 구성됐다.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위원은 전문단체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이 이대로 손씨 사건을 종결하더라도, 손씨 유족이 친구 A씨를 고소한 사건은 별개로 수사가 진행된다. 심의위 결정은 손씨 ‘변사사건’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이다. 고소 사건은 형사과에서 새로운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고소인 조사 등 처음부터 수사가 진행된다.

경찰 관계자는 “변사사건은 종결하되 강력 1개팀은 변사자의 사망 전 최종 행적 및 추가 증거 여부를 계속 확인하고, 형사 1개팀은 유족의 고소 건을 절차에 따라 수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손씨의 아버지 손현씨는 지난 23일 서초서에 A씨를 폭행치사·유기치사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하고 4시간가량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폭행치사’는 사람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을 말하고, ‘유기치사’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방치해 숨지게 한 범죄를 말한다. 둘 다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이 A씨에게 폭행치사 또는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경찰은 강력 7개팀 전체를 동원해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했지만 손씨 사건에서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의 내사 종결 소식을 통보 받은 손현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이런 결론을 내릴 것이라 예상하긴 했지만 막상 얘기를 들으니 허탈하고 착잡하다”며 “고소건으로 수사를 진행할텐데 이건 다른 팀에서 하니까 원점에서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올림픽대교와 반포대교 쪽에 있는 교통 관련 CCTV가 있어서 이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한 상황”이라며 “경찰에도 추가 증거 등을 계속 제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월 25일 새벽 반포한강공원에서 A씨와 술을 마신 뒤 잠이 든 손씨는 실종됐다가 닷새 후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잠이 들었던 A씨는 중간에 깨어나 귀가했으나,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