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부결된 미국 4색깔 반응 “코로나트럼프에 감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국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AP/연합뉴스)

탄핵 심판에 올라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장장 5개월을 끌어온 한편의 정치 드라마가 종영됐지만 그 여운은 가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드라마의 결론에 대한 평가와 해석도 제각각이다.

트럼프 자신은 물론 탄핵에 실패한 민주당, 탄핵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어딘가 떳떳지 못해보이는 공화당, 그리고 일반 유권자들까지 이번 무죄 판결에 대한 반응은 4인 4색이다.

◇ 트럼프 포에버?

우선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반응이 흥미롭다.

트럼프는 무죄 판결 다음날인 6일 백악관에서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트위터를 통해 ‘무언’의 메시지를 내보냈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것은 ‘트럼피즘은 어떻게 트럼프 보다 오래 지속되나’라는 문구가 실려 있는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사진이다.

그의 얼굴과 함께 대통령 선거가 있는 년도가 표시가 돼 있는 창작물이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년도가 4년씩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설정으로 만들어져 있다.

천년 만년이 지나고 맨 끝에는 영원(forever)을 의미하는 ‘4EVA’라는 문구가 뜨는 걸로 30초 짜리 영상은 마무리 된다.

◇ 이젠 민주당이 탄핵의 수렁에 빠지나?

이날 탄핵안이 부결되자 민주당은 닭쫓던 개 신세다.

135일을 끌어온 탄핵 도박에 민주당은 많은 것을 잃었지만 패배를 수용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전히 탄핵의 유혹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민주당은 당장 존 볼튼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소환하려고 벼르고 있다.

상원 탄핵심판에서 그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못해 한이 맺힌 듯하다.

탄핵 국면은 종결됐지만 존 볼튼을 통해 트럼프의 권한 남용 혐의를 끝까지 뒤져보겠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의 운명이 한 때는 민주당의 앙숙이었던 존 볼튼의 입에 달려 있는 모양새다.

◇ 공화당, 나는 네가 지난여름 한 일을 안다

공화당은 탄핵안이 상원에서 부결되자 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한마디로 감도 안 되는 일로 어설프게 탄핵에 나섰다가 본전도 못 찾게 됐다며 힐난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회의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로이터/연합뉴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엄청난 정치적 실수였다”며 “이것은 그들(민주당)에게 정치적 패배”라고 선언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날 민주당이 추진한 탄핵을 “엉터리 조사와 당파적인 조사”라고 규정한 뒤 “이젠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도 고개를 들 처지는 못되는 것 같다.

탄핵 심판 전날로 가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국정연설)를 마치고 하원 본회의장을 빠져나갈 때 많은 공화당 의원들의 잇단 충성 맹세가 방송사 마이크에 그대로 실려 국민들에게 생중계 됐다.

민주당 팀 케인 상원의원은 (공화당) 상원이 트럼프에 항복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도전받지 않는 악마는 ‘바이러스’처럼 퍼진다며 대통령을 코로나바이러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독에 물든 대통령이 (공화당) 상원을 감염시켰다는 것이다.

뉴저지 유세에서 박수치는 트럼프(사진=AFP/연합뉴스)

◇ 최후 심판자는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닌 미국 유권자들

미국 정치권은 이제 미국 유권자들의 입만 바라보게 됐다.

트럼프의 탄핵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의견은 정확히 양분돼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트럼프 탄핵에 찬성했던 유권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존 볼튼 소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결국은 자기들이 트럼프를 쫓아내지 못했으니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때는 유권자들이 직접 나서줬으면 하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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