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의 아버지’ 앨런 스콧 별세…사시 환자 치료용으로 개발

미용 성형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보톡스를 개발한 미국의 의학자 앨런 스콧 박사가 사망했다. 향년 89세.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스콧 박사가 지난달 16일 캘리포니아주(州) 그린브래의 병원에서 패혈증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스콧 박사는 ‘보톡스의 아버지’로 불린다.1932년 캘리포니아 출생으로 안과를 전공한 그는 신경조직을 파괴하는 보툴리눔 독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청산가리보다 100배 이상 치명적인 이 독소가 사시 치료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1978년 망막박리 수술 후 사시가 된 환자의 눈 주변 근육에 보툴리눔 독소를 주사해 치료에 성공했다.이후 그는 보툴리눔 독소를 바탕으로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 개발을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의 지원을 받지 못해 자택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스콧 박사는 결국 1989년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약물 제조에서 손을 떼고 1991년 제조권을 미국의 제약사 알레그랜에 매각했다.당시 스콧 박사가 받은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제조권을 사들인 알레그랜은 당초 ‘오큘리넘’이라는 이름이었던 이 약품의 상표명을 보톡스로 고쳤다.근육을 마비시키는 보톡스가 주름살 제거 등 미용 성형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지난해의 경우 1월부터 9월까지 보톡스의 전 세계 판매량은 33억 달러(한화 약 3조9천억 원)에 달한다.

스콧 박사는 생전 인터뷰에서 제조권을 매각한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그는 “집을 사고, 자녀의 학비도 마련한데다가 내가 개발한 약품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도 확인했으니 만족한다”고 설명했다.은퇴 후 사시 연구재단을 설립하기도 한 스콧 박사는 “어차피 돈을 쓰는 것에 능숙하지도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