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중심지’ 한국? 초소형 카메라 판매금지 청원도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의 범죄 악용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텔에서 보이면 바로 방 나와야 하는 그림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상세 설명 보니까 일부러 유화의 울퉁불퉁한 질감을 활용해서 카메라 렌즈를 숨긴다고 함. 인쇄형보단 유화 질감이 살아있는 그림을 더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현재 해당 제품은 판매 사이트에 올라와 있긴 하지만 구매 불가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 판매중인 제품도 없지 않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곰인형 모양의 초소형 캠코더가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확인해보니 해당 제품은 50만 원이 안되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제품 설명에는 ‘완벽 무선 방식’, ‘고화질 영상 촬영’, ‘귀여운 곰인형을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누구도 없습니다. 때문에 더욱 완벽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대부분의 업체들이 판매 제품의 합법성과 성능을 내세웠지만, 부적절한 용도로 사용하면 안된다는 경고는 찾기 어려웠다.

누리꾼들은 “피할 방법이 있는 건가”, “화장실 들어가면 본능적으로 벽 구멍 찾게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불법 촬영 범죄 사례를 소개했다. 그중에는 직장 상사가 선물로 준 시계가 알고 보니 몰래카메라였고 한 달 반 동안 피해자의 방을 촬영해 스트리밍하고 있었다는 사례도 있었다.

헤더 바 HRW 임시 공동 디렉터는 “한국에서는 디지털 성범죄가 너무도 만연하다”며 “우리는 여성들로부터 공중화장실 이용을 피하고, 밖에서만이 아니라 때로는 자기 집에서조차 몰래카메라가 숨겨져 있을 것을 걱정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HRW는 “한국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그러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지난 16일 “한국은 몰래카메라(spycam)의 세계적 진원지가 되고 있다”며 “작고 숨겨진 카메라를 사용해 피해자의 알몸, 소변을 보는 장면, 또는 성관계를 촬영한다”고 보도했다.

가디언, 프랑스24 등 다수 외신에서 한국의 불법 촬영 범죄를 ‘몰카'(molka)라는 용어로 사용했고, 해당 단어는 위키피디아에 영문으로 등록돼있다.

France 24 유튜브 캡처지난해 법무부가 발간한 ‘2020 성범죄백서’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불법촬영범죄)는 2013년 412건에서 2018년 2388건으로 5년새 5.8배나 증가했다. 또한 동종범죄로 재등록되는 비율도 75%로 높았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등은 지난 3월 ‘몰래카메라’, 즉 변형 카메라는 범죄 및 사생활 침해에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큰 물건임에도 사후 처벌만 가해지고 있을 뿐 사전 관리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지난 18일에는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금지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청원인은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화장실, 숙박시설, 지하철, 집 등 어디서나 불법 촬영을 하는 범죄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안경, 볼펜, 액자, 시계, 생수통, 화재경보기 등 위장된 모습으로 우리 옆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땅한 규제도 없이 일반인에게 버젓이 팔리고 있다”며 “구매한 손님이 초소형 카메라를 범죄 목적으로 사용하면 끝이고 셀 수 없는 피해자들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또 “불법 촬영은 재범률이 매우 높고 악질적인 범죄”라며 “초소형 카메라 유통을 규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21일 오후 5시 현재 해당 청원은 약 9만 2천 명의 동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