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마지막 檢총장 “역시나 김오수”…’親與 평가’ 극복할까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김오수(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차관이 내정되자 법조계에선 “역시나 김오수”라는 말이 나왔다.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 압축과정에서 가까스로 4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였지만, 친여(親與) 인사라는 점이 고려돼 최종 낙점될 것이란 지배적 관측이 결국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청와대는 김 내정자를 검찰조직 안정과 검찰개혁 완수를 병행할 적임자라고 평가했지만, 검찰 안팎에선 그가 정권 말기 ‘방탄총장’ 역할을 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친여 인사 꼬리표’는 그가 넘어서야 할 최대 장애물로 꼽힌다.

◇최종 후보 4명 中 ‘턱걸이 김오수’ 내정…이변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고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김 전 차관을 지명했다. 지난달 29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최종 후보군으로 김 전 차관을 비롯해 △구본선(23기) 광주고검장 △배성범(23기) 법무연수원장 △조남관(24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4명을 추천한지 나흘 만이다.

김 내정자는 추천위 내부 표결 과정에서 이들 4명 후보들 가운데 가장 적은 추천을 받은 인사로 파악됐다. 9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들의 1차 투표에서 조남관‧배성범 2인이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압축 명단에 먼저 이름을 올렸다. 김 내정자는 나머지 후보군을 대상으로 진행된 2차 투표를 거쳐 명단에 포함됐는데, 이 때 함께 추천된 구본선 고검장보다 득표수가 적었다는 후문이다. 추천위원들 사이에선 ‘누가 검찰개혁 국면에서 불거진 조직 내부의 갈등상을 잘 수습할 리더인가’도 핵심 고려요소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김 내정자는 추천 직후부터 ‘1순위 후보’로 평가됐다. 문재인 정부 초‧중반기 박상기‧조국·추미애 장관을 연달아 보좌한 법무부 차관으로서 여권식 검찰개혁 실무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9년 윤석열 전 총장이 검찰총장에 발탁될 당시에도 최종 후보군에 올랐고, 금융감독원장·공정거래위원장·국민권익위원장 등 현 정부 들어 주요 보직 인선 때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만큼 현 정부의 신임이 두터웠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내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인권보호와 검찰개혁에 앞장섰다”며 “검찰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한편 국민이 바라는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소임을 다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결국 다른 정권과 마찬가지로 가장 내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앉힌 셈”이라는 정반대 혹평이 교차했다.

◇검찰 안팎 “권력수사 차질” 우려…’이성윤 유임설’도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나서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검찰 안팎에서도 김 내정자의 정치적 중립성에 물음표를 붙이는 기류다. 그가 ‘정권말 리스크 관리형 총장’으로서 각종 권력수사의 방지턱 역할을 수행하지 않겠냐는 게 우려의 골자다.

김 내정자가 이른바 ‘조국 수사’ 때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現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대검찰청에 ‘윤석열 배제 특별수사팀’을 제안했던 점은 물론, 각종 제도 개편 실무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검찰 내부로부터 정치편향성을 둘러싼 강한 반발에 직면하자 ‘나는 검사가 아니라 법무부 차관’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는 일화도 같은 맥락에서 회자된다.

청와대가 지난해 김 내정자를 감사위원으로 추천했지만, 최재형 감사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는 점도 집중 거론된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곧 있을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역할도 새 검찰총장의 핵심 역할 중 하나로,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이 요구될 것”이라며 “그러나 김 내정자의 행보를 감안하면 중요 국면마다 정치적 오해를 살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단 민감한 수사와 관련해 총장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그에 대한 향후 평가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김 내정자는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해 출금 실무 승인자로 지목돼 검찰 서면조사까지 받은 상태다.

김 내정자는 내정 직후 서울고등검찰청 방문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정권 인사라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지만 “그런 얘기는 차차 말하기로 하자”며 말을 아꼈다. 그는 “어렵고 힘든 시기에 후보자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겸허한 마음으로 인사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만 했다.

한편 연수원 기수가 비교적 높은 김 내정자가 최종 낙점되면서 압축 후보군 명단에조차 오르지 못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23기)으로선 훗날을 모색할 여지가 커졌다는 시각도 일각에 존재한다. 고검장으로 승진하거나, 중앙지검장 유임을 통해 김 내정자와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