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장기 호황’ 기대속…K반도체, ‘초격차’로 더 달아난다

코로나19 사태 등을 우려한 서버업체들의 선구매로 재고가 쌓여 올 하반기 약세를 면치 못했던 글로벌 D램 시장이 내년부터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에 5G 본격 활용, 스마트폰 출하량 회복, 인텔의 새 CPU 출시로 인한 서버 교체 등 호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D램 현물 가격도 반등하기 시작했다. 대만에서는 정전 사태에 이어 지진까지 겹치면서 대만산 반도체의 공급차질 이슈마저 생겨났다. 가격 상승 요인이 더해진 것이다.

여기다 이른감은 있지만 백신 보급 시작으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마저 생기면서 반도체 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D램 생산 1, 2위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로 차세대 D램 생산·공급을 꾀하고 있어 시장 판도의 변화도 예상된다.

◇D램 현물 가격 가파른 상승세…고정가격 인상 견인할까

(사진=연합뉴스)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Gb D램 제품의 현물 가격은 지난 15일 오전(미국 현지시간) 3.008달러를 기록해 지난 6월 이후 6개월만에 3달러선을 넘어섰다.

D램 현물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4월 3일에는 3.64달러까지 올랐으나,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다 급기야 지난 8월 24일에는 2.53달러까지 떨어졌다.

D램 현물 가격이 이처럼 빠르게 상승하면서 고정거래 가격도 곧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물 가격은 통상 2~4개월 시차를 두고 대량 거래 때 책정되는 고정가격에 반영되는 ‘선행 지표’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대만발 정전·지진…D램 공급에 차질 빚나

대만발 공급 차질도 D램 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오후 대만 북동부 해역에서 발생한 진도 6.7의 강진 여파로 일부 반도체 공장의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앞서 이달 초 마이크론의 대만 공장이 정전으로 잠시 멈춘 데 이어 또 다시 대만산 반도체의 공급차질 이슈가 발생한 것이다.

이 지진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TSMC와 D램 생산업체인 난야 등 현지 반도체 제조라인이 일시적으로 가동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정전때에는 미국 마이크론의 대만 D램 생산시설에 1시간 정도 전기공급이 끊기기도 했다.

보통 1~2달의 시간과 연속적인 미세·화학공정이 필요한 반도체의 제조 특성상 라인 중단 사태는 고스란히 생산 차질과 피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일정부분 대만발 공급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내년 글로벌 D램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본격적인 5G 활용과 스마트폰 출하량 회복, 그리고 인텔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에 따른 서버 교체 수요 등에 힘입어 공급에 비해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D램에 EUV 공정 도입

(사진=연합뉴스)이런 상황에서 D램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 공정에 활용하던 첨단 EUV 기술을 메모리 반도체에까지 확대 적용키로 하는 등 ‘초격차 전략’을 꺼내들었다.

내년 중 세계 최초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한 차세대 D램이 출시되면, 향후 생산성 향상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EUV 장비는 대당 가격이 1500억~2000억원의 고가여서 지금까지는 첨단 미세공정 경쟁이 치열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사용됐고, 메모리 반도체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과 SK는 고성능 D램 생산을 위해 EUV 기술을 메모리 반도체 제작에 도입하는 ‘초격차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1세대 10나노급(1x) DDR4에 EUV 공정을 시범 적용해 고객 평가까지 마친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일단 한두 대의 EUV 장비로 내년 하반기 이후 양산할 4세대 10나노급(1a) DDR5부터 EUV 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D램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EUV 장비 도입 계획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며 “첨단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D램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시장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