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왕자 “어머니 잃은 슬픔 감추려 폭음·약물”

영국 해리 왕자가 어머니 다이애나비를 잃은 슬픔을 감추려 폭음을 하고 약물에 의존했다고 털어놨다.

해리 왕자는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함께 제작한 정신 건강에 관한 애플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이처럼 말했다고 더타임스와 BBC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어머니를 잃은 충격이 계속되면서 28∼32세 때는 악몽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구 술을 마시고 약물에 취했다. 감정을 덜 느끼게 해주는 것들을 기꺼이 시도했다”라며 “주말 밤이면 1주일치 술을 마셔버리곤 했는데 좋아서가 아니라 뭔가를 가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식 역할을 하기 위해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맬 때마다 거울을 보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가자’고 말하곤 했다. 집을 나서기도 전에 나는 땀을 쏟고 있었고 전투나 비행 모드였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상황과 정의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를 쫓아 터널로 간 자들이 차 뒷자리에서 숨이 멎고 있는 어머니의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 운구 행렬을 따라 걸었던 일에 관해 “가장 기억나는 것은 말발굽 소리”라면서 “내가 몸 밖에 나와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보이는 감정의 10분의 1만 드러내면서 그냥 남들의 기대에 따라 걸었다”고 말했다.

오래전 다이애나비가 사진사들에게 쫓기면서 울고 있을 때 그 차 뒷자리에 앉아있던 기억에 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카메라 찰칵 소리와 불빛이 내 피를 끓게 한다”며 “어머니에게 벌어진 일과 내가 어릴 때 경험한 일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이애나비 죽음에 관해 생각하거나 말하지 않는 식으로 대응했더니 이후에 “정신적으로 엉망이 돼버렸다”고 고백했다.

해리 왕자는 가족들이 어머니에 관해 얘기하지 않았고 왕족으로서 겪는 언론의 감시에 알아서 대응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는 형과 내가 어렸을 때 ‘나 때도 그랬고 너희에게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자신이 괴로웠다고 자식들도 고통스러워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해리 왕자는 부인 메건 마클이 소셜 미디어에서 괴롭힘을 당했을 때 정말 막막했고 가족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침묵과 무시였다고 폭로했다.

마클은 엄마를 잃은 남편이 부인과 뱃속 아기까지 잃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껴서 극단적 생각을 접었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어머니는 백인이 아닌 사람과 만나다가 쫓겨서 죽음에 이르렀는데 지금 벌어지는 일을 보라”라며 “그들은 그녀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인을 잃고 아들 아치를 홀로 키울 두려움이 영국을 떠난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해리 왕자는 마클의 권유로 정신 치료를 시작했으며 런던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클이 자신의 관점을 바꿔놨으며 이 관계가 잘 되려면 자신이 과거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왕실 가족들이 “그냥 하면 인생이 쉬워진다”고 말했지만 “내 안에 어머니가 있는 것 같다. 난 시스템 밖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데 아직 거기 묶여 있다. 빠져나와서 자유롭게 되는 길은 진실을 말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BBC의 다이애나비 인터뷰가 성사된 배경엔 사기 행위가 있었다는 보고서가 나온 뒤 해리 왕자는 “악용의 악습과 비윤리적 관행의 파급효과가 결국 어머니 목숨을 앗아간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