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부인 “저 2006년 美시민증 땄어요” 내조 차별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대선 출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화당 전당대회의 이틀째 무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들이 주름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부인들 사이에서 얻은 자녀들과 현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총출동해 트럼프와는 다른 부드럽고 진솔한 어법으로 아버지와 남편의 재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워싱턴DC 멜론 오디토리엄과 백악관에서 2원으로 진행된 이날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25분간 진행된 영부인 멜라니아의 연설이었다.

4년 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한 그녀의 연설이 미셸 오바마 여사의 연설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던 터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그녀의 손길로 재탄생한 백악관 로즈 가든에 마련된 무대에 선 멜라니아는 연설 곳곳에서 남편이 4년 더 대통령으로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특히 멕시코와의 국경에 설치한 거대 장벽으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이민 정책이 이민 유권자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그녀 역시 미국 이민자임을 강조했다.

동유럽 독재국가였던 슬로베니아를 떠나 미국으로 이민 온 배경을 설명하면서 “2006년 미국 시민증을 획득한 것이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나라의 영부인이 이민자라는 점을 환기시키고 남편이 자신 같은 이민자를 사랑하고 품어준 사람이라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유색 인종의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들린다.

이 같은 멜라니아의 연설을 지원하려는 듯 공화당은 이날 5개 국가(볼리비아, 레바논, 인도, 수단, 가나) 출신 이민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시민증을 수여하는 행사를 별도로 녹화한 영상을 멜라니아 연설 이전 공개하는 연출력을 보였다.

멜라니아는 이날 연설에서 남편이 매우 솔직한 사람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으려했다.

2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된 멜라니아 여사의 연설을 객석에 앉아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청하고 있다.(C-Spa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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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특정 사안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남편은 비밀이 없는 사람이다. 남편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간에 미국 시민들은 남편의 솔직함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미국의 각 가정의 안정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또 미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족의 시선으로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언론으로부터 전례 없는 공격을 받고 있지만 남편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미국을 위해 일하고 있다”며 “남편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은 여러분들이 남편이 어렵다고 말하면 남편은 더 열심히 일한다”고 말해 갈채를 받기도 했다.

멜라니아는 연설 곳곳에서 남편이 정치인이 아닌 행동하는 기업가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47년간 직업 정치인으로만 살아 온 민주당 바이든 후보와는 다르다는 점을 은연중에 지적한 셈이다.

이 밖에 14살 된 아들 배런의 이야기를 하면서는 코로나19로 힘들게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시키고 있는 학부모 유권자들과 눈을 맞추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시종 차분하고 감성어린 언어로 연설을 이어간 부인을 객석에 앉아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소를 짓거나, 흐뭇한 표정을 보이거나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한편, 이날 전당대회에는 전날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에 이어 또 다른 자녀들이 등장해 아버지에게 한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의 첫째 부인 이바나 트럼프와 사이에서 태어난 삼남 에릭, 둘째 부인 말라 메이플스와 사이에서 태어난 사녀(四女) 티파니가 시간차를 두고 연단에 올라 조 바이든 후보를 비판하면서 아버지의 공적을 떠올리며 유세를 이어갔다.

트럼프가 제일 총애하는 이녀(二女)인 이방카는 전당대회 마지막 날 출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