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불복, 뭘 노리고 있나

대통령 선거를 24일(현지시간)로 정확히 40일 앞둔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11월 대선 이후 평화로운 권력이양을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확답을 하지 않은데 이어 이날도 기자들에게 불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친정인 공화당까지 화들짝 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주워 담으려 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대체 트럼프 대통령은 왜 대선불복을 시사하는 언급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일까?

◇우편투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 투표의 불공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공정하게 치러지는 대선에 승복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

민주당이 주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곳에서 우편 투표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피해의식의 발로다.

그는 이날도 어느 지역의 쓰레기통에서 8장의 우편투표 용지를 찾아내고 강에서 많은 용지를 발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대부분 자신을 찍은 투표용지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는 게 아니다.

실제로 민주당이 주지사로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9장의 폐기된 투표용지가 발견된 바 있다.

이 가운데 7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선거 관리의 허술함으로 인해 자신이 낙선하게 되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이번 대선의 결과는 결국 대법원에서 판가름 날 수도 있다는 암시도 하고 있다.

이는 다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 타계로 공석이 돼 있는 대법원의 결원을 하루빨리 메워야 한다는 논리로 이용되고 있다.

(사진=NPR 홈페이지 캡처)◇승리 확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운운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승리를 그 만큼 확신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제도권 언론사들이 내놓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와는 다른 근거를 그가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에서도 조 바이든 후보에게 3% 포인트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6년 대선에서 대부분의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온 이상 언론사들의 여론조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미국 국민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요새 미국 곳곳의 거리를 수놓고 있는 친트럼프 차량행렬 참가자들이다.

공영라디오 NPR은 이날 동부 끝 뉴욕에서 서부의 끝 캘리포니아로 이어지는 도로를 가득 메운 트럼프 지지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수 백 대의 바이크, 승용차, 트럭이 참여중인 차량 시위를 조직한 숀 파라쉬는 “여론조사를 믿을 필요가 없다”며 “주말마다 나타나는 이 사람들은 침묵하는 다수이지만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로 이 같은 차량 시위를 알리고, 혹시라도 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평화적인 행사가 되도록 많은 신경을 쓴다고 한다.

물론 미국 기성 언론들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벤트지만 유일하게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중계하는 매체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매체가 바로 TV매체 RT다. 이 매체는 러시아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 음모에서 자주 등장하는 방송으로 미국 사회의 분열을 부각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보도해주고 있는 이 매체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다.

미시간에서 ‘그랜드 래피드’라는 트럼프지지 차량 유세단을 조직한 크리스티나 마더마는 “여론조사와는 달리 미시간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확신하면서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상당히 충격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폴리티코 홈페이지 캡처)◇대선불복도 전략?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불복을 정말로 실행에 옮길 것인가.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 매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암시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에서는 정권 교체를 대비한 정권 이양 프로그램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백악관이 트럼프의 패배를 대비해서도 플랜을 짜고 있다는 이야기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 보좌관 크리스 리델이 권력 이양 계획을 짜는데 몇 주를 보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미 5월과 8월 두 차례 의회에서 요구한 두 가지 권력 이양 계획도 충실히 제출했다고 한다.

한 백악관 관리도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같은 권력 이양 계획에 대해 알고 있다고도 말하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려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가면서까지 대선 불복을 시사한 것에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전략 차원에서 지지층이 원하는 신호를, 그들의 침묵을 깰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