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뒤 사망 3번째’ 독감 예방접종 받아도 괜찮을까

최근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은 뒤 사망한 사례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예방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3건의 사망 사례 모두 예방접종과 사인 사이의 인과관계를 더 조사해야 하며, 예방접종 자체를 중단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도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을 고려할 때, 과도하게 걱정하기보다는 코로나19와 계절성 인플루엔자 동시 유행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예방접종-사망 원인 연관성은 아직 미지수

지난 19일 오전 8시 30분쯤 전북 고창군에 거주하는 A(78)씨가 동네 의원에서 독감 백신 접종을 받았는데, 다음날 오전 7시 3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백신은 상온에 노출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돼 논란을 빚은 제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평소 고혈압과 당뇨 등 지병을 앓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당국은 “A씨 사망과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며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또 20일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B(82)씨도 오전 10시쯤 동네의 한 병원에서 예방접종을 받았는데, 4시간 뒤인 오후 2시쯤 자택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오후 3시쯤 사망 판정을 받았다.

대전시는 사망자가 접종받은 백신도 상온 노출이나 백색 임자가 발견됐던 백신은 아니라고 밝혔다. 현재 대전시 역학조사반이 B씨의 과거 의무기록 등을 조사하며 예방접종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앞서 지난 14일 정오쯤 인천에 거주하는 17세 고등학생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 받았는데, 이틀 뒤인 16일 오전 숨졌다.

그는 상온 노출로 논란을 빚은 신성약품의 컨소시엄 업체에서 배송한 백신을 맞았지만, 해당 의료기관으로 배송된 제품은 유통과정상 적정온도를 벗어나는 등의 문제가 없었다.

현재 질병청이 전달받은 1차 부검 소견은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 관련성은 적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인은 미상’이라는 취지다.

또 사망자가 접종 받은 병원에서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을 맞은 사람은 모두 32명으로 파악됐는데, 이들에게서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을 접종 받은 사람은 20일 오후 1시 기준 8만 2668명인데, 이들에게서 신고된 이상반응은 총 3건으로 알레르기 2건, 접종 부위 통증 1건 등 경증이었다.

질병청은 최종 부검 소견과 의무기록 등을 종합해 인과관계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만약, 중증 이상반응이 확인되고 사망과의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질병청은 절차에 따라 예방접종 사업 중단 필요성을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으로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예방접종 피하면 동시유행에 더 큰 피해 “주저할 필요 없을 것”

그러나 사망 사례가 잇따르며 시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고, 세 사례 모두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때까지는 최대 한 달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망 사례 때문에 백신 접종을 미룰 경우 11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올해 동절기에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의 동시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인데, 예방접종 대상인 고령층·소아청소년·임신부가 접종을 꺼릴 경우 더 많은 환자와 사망자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19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냉정한 판단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인플루엔자 유행이 일어나면 예방접종을 해도, 많을 때는 3천명 이상 사망을 하는데, 아주 드문 사망 사례 때문에 접종을 멈추거나 지연하면 더 많은 사망이 생길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순차적 무료 독감 예방접종이 재개된 지난 13일 시민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정부가 올해 인플루엔자 무료 예방접종 대상자를 지난해보다 500만 명가량 늘리고 시기도 한 달가량 앞당겨 실시한 이유도 코로나19와의 동시 유행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예방접종은 안전한 백신 중 하나로 알려져 있고 전세계에서 수십년 동안 맞아왔지만 큰 문제가 없었다”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인플루엔자 유행을 반드시 차단해야 하니까 국민들께서 접종 자체를 꺼리거나 주저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년 간 사용돼 온 비교적 안전한 백신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 자체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죽은 형태로 제조하는 ‘사백신’이라 부작용이 적고, 우리나라만 해도 해마다 1천만 명 이상이 계속 접종 받아왔다.

또한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독감 예방접종에 따른 이상반응으로 보상신청이 접수돼 ‘피해보상 전문위원회’에서 심의한 건수는 164건이지만 실제 인과관계가 인정돼 보상이 이뤄진 것은 1건에 불과하다.

엄중식 교수는 “워낙 많은 사람들을 접종하고 있는데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은 연령이 높거나 만성 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며 “이런 환자분들은 접종 과정에서 기저질환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심각한 질환이 발생해 사망하면 백신과 연관성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며 이런 사례가 더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사례에서 인플루엔자 백신이 직접적인 사인과 연관됐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독감접종 뒤 이상반응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컨디션이 좋은 날 의료기관을 찾아 접종 받고, △접종 이후 30분가량 의료기관에 머물며 이상반응을 확인하고, △귀가 이후 고열·호흡곤란·두드러기·심한 현기증 등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 즉시 알리는 등 주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