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다시 재판에…비상상황에 내몰린 삼성

검찰이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을 기소하면서 삼성은 또 한번의 비상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지난 1일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 핵심 관련자 11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태에 이어 또다시 ‘사법 리스크’가 터진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는 아직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이어서 이 부회장은 한꺼번에 2개의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2년 가까이 수사를 진행해 수사기록만 20만 쪽에 달할 정도로 방대해 일각에서는 향후 최소 5년 이상의 법정 공방을 예상하고 있다.

여기다 이번 건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와 수사중단을 권고했던 사안인 만큼, 법정에서 다툼의 여지가 커 재판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검찰의 기소 직후 이재용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검찰은 증거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기보다는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승복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로 삼성은 사실상 또 한번의 ‘경영 공백’을 감내해야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불구속 상태이긴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도 재판 준비에 매진할 수 밖에 없어 사실상 ‘경영 활동’에 대한 제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속에서도 ‘현장 점검’을 이어왔던 이 부회장의 행보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장기국면에 접어든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 그리고 글로벌 반도체 초격차 전쟁이 한창인데, 총수의 경영공백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앞서 삼성전자는 3년 전 총수의 부재를 겪은 바 있어, 이번 기소는 더 큰 충격파로 다가오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17년 3월 구속돼 2018년 2월 석방될 때까지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윤부근 삼성전자 고문은 지난 2017년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가전박람회 IFA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구조 재편이라든지 M&A 등을 한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어렵고 무섭다”며 “오너 공백으로 M&A가 완전히 끊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M&A 사상 역대 최대인 약 9조 원에 하만을 인수한 후 대형 M&A가 중단된 상태다.

최근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도 “어려운 시기일수록 제일 중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이라며 “특히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총수 부재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선장 역할론’을 피력했다.

실제 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성의 경쟁자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지난주 22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히며 2나노 반도체 생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인 영국 ARM 인수를 추진 중이다.

‘경영 공백’은 자연스레 삼성의 야심작인 ‘반도체 2030 플랜’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등을 하겠다”며 180조 원 규모의 투자·고용·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고위관계자들이 대거 재판에 나서게 됨으로써 ‘2030 플랜’의 동력도 적잖이 힘이 빠지는 모양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