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섰던 그 무대, 한국계 정치 유망주 데뷔

4년 마다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미국 공화·민주 양당의 전당대회 주인공은 단연 대통령·부통령 후보다.

각 후보에 대한 영웅화는 물론 가족들까지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 날인 18일(미국동부시간) 역시 클라이맥스는 맨 마지막 연설자로 나서는 바이든 후보의 부인 질 바이든의 연설시간이다.

그런데 이 전당대회를 통해 가끔은 벼락 스타가 탄생하기도 한다.

각 당이 전도가 유망하지만 전국적 지명도가 낮은 신예 정치인들을 알리기 위해 관련 무대를 전당대회에 마련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날 마련한 키노트(keynote) 연설 시간이 바로 그 무대다.

지난 2005년 무명에 가까웠던 버락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 후보를 스타덤에 올린 것도 키노트 연설이었다.

올해 이 무대에 서는 차세대 민주당 리더들로 17명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한국계 정치인 샘 박(Sam Park) 조지아주 하원의원이 포함돼 우리에게 더 관심이다.

박 의원은 2016년 30세의 나이로 당시 3선의 공화당 유력 현역 후보를 꺾으면서 파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더욱이 아시안계이자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로는 첫 조지아주 의회 입성이라 지역사회에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당시 선거를 지켜본 동포 박건권(애틀란타 라디오코리아 대표)씨는 “박 의원이 가가호호를 직접 찾아다니며 호기롭게 선거운동을 했었다”며 “저희 집에도 누군가 문을 두드려서 나가보니 박 의원이어서 서로 깜짝 놀랐다”고 기억했다.

박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전국민건강보험법(ACA·오바마케어)에 따라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의료보험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돼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어머니는 2018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지난 4년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의료보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입법활동에 초점을 맞춰 의정활동을 해왔다.

재선 기간인 지난해와 올해 그가 발의한 의료 관련 법안만도 10여건에 이른다.

맞벌이 가정 지원 확대와 일터, 가정, 공공시설에서의 차별 금지를 위한 법안도 다수 발의했다.

이민가정, 저소득층, 세입자 보호 역시 그의 또 다른 관심사였다.

한국계라는 인종적 배경에 대한 자긍심도 남다르다.

월남전에 참전한 한국 동포들이 국가보훈 혜택을 받도록 입법화를 관철시킨 주인공도 박 의원이고, 한국 입양인들에게 아직 미국 시민권이 부여되지 않고 있는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결의안도 박 의원의 작품이다.

샘 박 의원과 어머니(사진=샘 박 제공)미국에서 태어난 그가 동포사회를 이렇게 정성껏 보살피고 있는 것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은혜에 대한 보답 차원이기도 하다.

그는 “저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며 “어머니는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시고, 피아노 교습과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저를 키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올해 11월 3선에 도전한다.

청년, 여성, 성소수자 등 마이너리티의 인권 보호와 권익 신장 등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제 앞에 많은 도전과제들이 놓여있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그런 장벽들을 계속 부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 키노트 연설자 17명 가운데는 2018년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전 하원의원도 포함돼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에이브럼스 전 의원은 2012년 박 의원이 정계에 입문했을 때 인턴으로 데리고 있으면서 멘토링했던 인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