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코로나 수능 D-1’…학생들 불안 반 설렘 반

코로나19 사태 속 사상 초유의 ‘방역 수능’을 하루 앞둔 학생들은 감염 우려 속 시험 응시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곧 입시 부담감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동시에 나타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날인 2일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앞에는 오전 9시쯤부터 두꺼운 패딩과 일명 ‘뽀글이’로 무장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고3 재학생들을 상대로 실시된 수능 예비소집을 위해서였다.

대기하며 학교 앞 정문 밖에 줄지어 선 학생들은 수시에 지원했다 탈락한 학교, 응시하고자 하는 대학전형 등을 주제로 이야기하며 추위를 녹였다. 일부는 “(확진자가) 500명을 넘기면 (시험을 또) 미룬다던데”, “코로나도 사실 천재지변인데” 등 시험이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지 염려하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학교 측은 정해진 시각이 되자 적정한 거리두기를 위해 학생들을 순차적으로 입장시켰다. 물론 실내 입장 전 발열체크 등 기본적인 점검도 함께 이뤄졌다. 이로 인해 학교 앞엔 한때 50m가 넘는 장사진이 연출됐다.

2일 수능 예비소집일,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에게 배부한 찹쌀떡, 핫팩, 마스크 등이 담긴 응원세트.(사진=이은지 기자)일찌감치 도착한 학생들은 오전 9시 40분쯤부터 학교에서 받은 수험표와 찹쌀떡·핫팩·마스크 등이 담긴 ‘응원세트’를 주섬주섬 챙겨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대체로 ‘내일이면 1년간 준비해온 시험이 끝난다’는 데 홀가분함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용산공고에서 시험을 치르게 됐다는 장모(18)군은 “사실 별 생각이 없다. 내일 (수능이) 끝난다는 게 기분이 좋다”며 “준비도 많이 했고, 다 이길 수 있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다만, 감염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고사장 각 책상마다 설치되는 유리막에 대해선 “짜증난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배문고를 고사장으로 배정받은 김정훈(18)군 역시 “다른 걸 떠나서 잘 봐야겠다는 마음이 크다”며 “조금 불안하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해 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군은 ‘온라인 수업’이 많이 이뤄지면서 주로 과외를 통해 시험을 준비했다고 부연했다.

예년과 달리 응시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시험을 봐야 하는 불편함에 대해서도 모의고사 등을 통해 이미 충분히 훈련이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재열(18)군은 “학교에서 계속 공부할 때도 어차피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모의고사 당시) 딱히 숨막히거나 그런 건 없다”며 “(큰) 걱정은 없다. 모의고사를 풀었던 것처럼 실전에서도 똑같이 풀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반 친구인 추민재(18)군도 “(곧 수능이 끝나니) 그냥 이제 기분이 좋다”며 “아무리 (준비를) 더해도 완벽하게 준비는 못할 거 같아서 (어차피) 똑같을 것 같다. 기분 좋은 감정이 가장 크다”고 설렘을 드러냈다.

하지만 ‘수능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는 “놀고는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할 게 없어서 착잡할 것 같다”며 “그냥 집에서만 계속 쉴 것 같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수능 예비소집일인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 앞에서 대화 중인 학생들.(사진=이은지 기자)물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응시환경을 놓고 불안감을 토로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개중엔 농담 반 진담 반 벌써 재수를 희망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친구들과 학교를 찾은 현모(18)양은 “결시생도 많다 하고, 등급이 올라간다 (전망)하니까 불안한 마음이 있다”며, “재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 박모(18)양 또한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잘 안 나오고 해서 공부를 많이 못했다. 그래서 좀 불안하긴 하다”라며 “수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당일 시험장에 가서 보는 것도 긴장이 되는데 가림막도 있다고 하니까 시험지가 (거기)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못되면 부정행위로 걸리게 되나 등이 걱정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화외고 등에서 수능을 치게 된 이들은 “(담임 선생님이 시험 잘 보라고) 응원해주셨고,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착용 등에 대한 (주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라고 덧붙였다.

그밖에 “(고사장이) 학교 근처길 바랐는데 생각보다 먼 것 같아서 걱정된다”(임모(18)양), “수시 위주로 준비해 수능에 큰 욕심은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적을 바라고 있다”(정우창(18)군) 등의 반응들도 나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수능은 오는 3일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6개 시험지구에서 49만 3433명의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당초 11월 19일이었던 수능은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1학기 개학이 4월로 미뤄짐에 따라 2주 연기됐다.

일반 수험생들은 시험장에 입장할 때 발열점검을 받게 되고, 당일 37.5도 이상의 열이 나거나 기침·인후통 등 의심증상이 발견된 수험생들은 시험장 내 마련된 별도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앞서 ‘자가격리’를 통보받은 수험생들은 일반 시험장과 분리된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게 되고, 코로나19에 확진된 수험생은 병원·생활치료센터 등에서 감독관의 보호 아래 수능에 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