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재단, 친일 풍자 비엔날레 작품 전시 중단 ‘전방위 압박’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친일 인사들을 소재로 다룬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전시작품에 대해 전시 중단을 요구한 가운데 중앙정부는 물론 후원사 측에까지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20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박정희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박정희기념재단은 최근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이상호 작가의 작품 ‘일제를 빛낸 사람들’의 전시 중단을 촉구하는 우편물을 보냈다.

박정희기념재단은 광주비엔날레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시는 물론 공식 후원사 측에도 우편물을 보내 전시를 중단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박정희기념재단은 광주비엔날레의 공식 후원사 56곳 가운데 국내에 주소지를 둔 네이버, 효성, 광주은행, 광주신세계 등 20여 곳에 우편물을 발송했다.

박정희기념재단은 우편물을 통해 “이상호 작가의 작품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산업화의 주역들을 왜곡·폄훼했다”며 “전시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정치성을 배제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을 져버리고 끝까지 작품을 전시하게 된다면 광주비엔날레는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길 것”이라며 “정부도 국민적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정희기념재단 이종찬 교육홍보실장은 “이상호 작가가 참고한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만든 친일 인명사전은 정부 공식 기록도 아니고 민간단체가 만든 것”이라며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의 보고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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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작가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 김한영 기자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는 박정희기념재단 측이 전시 중단보다는 또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김순흥 지부장은 “박정희기념재단의 우편물 발송은 작품 전시 중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외부적으로 우리가 이렇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 이번 일을 계획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박정희기념재단의 전시 중단 요구 등에 대해 무대응 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한편 박정희기념재단이 문제로 삼고 있는 ‘일제를 빛낸 사람들’은 미술가로는 국가보안법 1호로 구속된 이상호 작가가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이다.

‘일제를 빛낸 사람들’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 인명사전에 수록된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친일·반민족 행위자 92명이 포승줄과 수갑을 찬 모습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