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셔스 ‘기름 바다’ 복구 사활…사고친 日은 ‘뒷짐’

인도양 섬나라 모리셔스에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선박 당국인 일본의 소극적인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일본 외무성은 자국 화물선이 모리셔스 해안에 좌초된 뒤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6명으로 구성된 ‘국제긴급원조대’를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모리셔스 정부의 방제 작업에 조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움직임은 지원 규모와 형태로 볼 때 수습이 아닌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일본은 강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원인 제공자는 본인이지만 수습은 모리셔스의 문제니 알아서 하라는 모양”이라며 “자국 책임이 아닌양 물러서는 태도가 문제”라하는 지적이다.

국내외 다수의 네티즌들은 지난 2007년 발생한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비교하며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히 일본의 한 네티즌이 “일본 정부와 쇼센미쓰이가 모리셔스에 복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청원을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자국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본 화물선 ‘와카시오’호 기름 유출 사고로 모리셔스 해안이 오염된 가운데 한 남성이 방제작업을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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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장비 태부족에 사탕수수까지 동원…日은 6명 파견

현재 모리셔스는 기름지옥을 방불케 한다. 사고선박에서 현재 약 1천 톤 가량의 기름이 유출됐고 수천명의 사람들은 온몸에 기름을 묻혀가며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파견한 인력 6명은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다.

일본 정부는 지난 11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이후로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모리셔스는 사탕수수를 엮어 오일펜스를 만들고 페트병을 이용해 기름을 퍼내고 있다. 특히 머리카락이 기름을 흡수하고 물은 흡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발기부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방제역량이 부족한 모리셔스 정부는 이번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프랑스에 도움을 요청했다. 프랑스 정부는 모리셔스 인근 프랑스령 레위니옹 섬에서 전문가들을 파견하고 해군 함정과 군용기, 기술적 자문단까지 파견해 방제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좌초된 화물선이 풍랑에 의해 조금씩 파손되고 있으며 현재 유출된 약 1천 톤보다 많은 약 2300톤이 선박 안에 있어 추가 유출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지 않은 점이 이번 사고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라빈드 주그노트 모리셔스 총리는 지난 10일 “결국 배가 쪼개질 수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당시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방제작업이 진행되는 모습.(사진=자료사진)◇모리셔스가 꿈꾸는 ‘태안의 기적’

모리셔스의 기름유출 방제 작업은 지난 2007년 말 발생한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사고선박 ‘허베이스피릿’호에서는 약 1만톤 가량의 기름이 유출됐고 213만여 명의 인원들이 방제작업을 진행했다.

해양경찰청과 해양수산부는 늑장 대응으로 초기 진화에 실패했고 이는 결국 광범위한 자연피해를 초래했다. 피해복구의 최전선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약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태안 사고소식을 접하고 현장으로 나섰다. 약 10개월간 해상·해안 방제활동 끝에 기적은 실현됐다.

수십 년이 지나도 파괴된 생태계가 회복되기 힘들다는 전문가들의 전망과는 달리 약 2년 만에 푸른바다의 모습을 되찾았고 약 7년 만에 해양생태계도 대부분 복구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모리셔스 기름유출 사고는 초기 진화가 피해복구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 여부가 중대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