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우 최초 오스카 후보 윤여정 “상을 탄 거나 같다”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해요.”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된 배우 윤여정이 솔직한 소감과 함께 응원해 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s Arts and Sciences·AMPAS)는 지난 15일(현지 시간) 오전 8시 19분 배우 윤여정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로 발표했다.

윤여정은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맨,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함께 여주조연상에 이름을 올렸다. 윤여정은 후보 중 유일한 아시아 배우다.

오스카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이번 결과에 관해 윤여정은 “응원에 정말 감사드리고, 이 나이에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저도 상상을 못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여러분의 응원이 정말 감사하면서도 솔직히는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올림픽 선수도 아닌데 올림픽 선수들의 심적 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윤 여정은 “사실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고, 사실 저랑 같이 후보에 오른 다섯 명 모두가 각자의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나는 경쟁을 싫어한다. 그래서 순위를 가리는 경쟁 프로는 애가 타서 못 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노미네이트가 되면 이제 수상을 응원하시고 바라실 텐데 제 생각에는 한 작품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기에 이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 역으로 열연한 배우 윤여정. 판씨네마㈜ 제공윤여정은 ‘미나리’에서 할머니 같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은 잘 아는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전형성을 벗어난 독창적인 한국 할머니 순자를 그려내며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지금까지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31개의 상을 거머쥐었다.

윤여정은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이인아 PD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인아 PD는 윤여정과 한예리를 정이삭 감독과 연결해 준 주인공이자 ‘미나리’의 숨은 공신이다.

그는 “교포 2세들이 만드는 작은 영화에 힘들지만 보람 있게 참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며 “이 영화 시나리오를 저에게 전해주고 감독을 소개해 주고 책임감으로 오늘까지도 함께해 주는 제 친구 이인아 PD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같이 자가 격리 중이라 어제 소식을 같이 들었는데, 제 이름 알파벳이 ‘Y’다 보니 끝에 호명돼 이 친구도 많이 떨고 발표 순간엔 나 대신 울었다”며 “어쨌든 제가 이런 영광과 기쁨을 누리기까지 저를 돕고 응원하고 같이 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영화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 역으로 열연한 배우 윤여정. 판씨네마㈜ 제공앞서 윤여정은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를 통해서도 “한국인 배우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를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내가 그렇게 됐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과분한 영예”라며 ‘미나리’ 배우들과 스태프, 제작사 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정이삭 감독을 향해서도 “모두 당신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마지막으로 윤여정은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며 “여유가 없을 땐 원망을 하게 된다. 내가 많이 여유가 생겼나 보다.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4월 25일(현지 시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