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 급등에 증시 ‘털썩’…”韓 인플레 압력 크지 않아”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미 채권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24일 코스피는 2%대 급락하며 3천선이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75.11포인트(-2.45%) 급락한 2,994.98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16거래일만에 3천선 밑으로 내려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1.61%, 대만 가권 지수가 1.40%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3%가량 급락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금리 급등에 대한 우려로 2% 넘게 급락했다. 23일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큰 변동성을 보인 끝에 혼조세로 마감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된 저금리정책이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국채 금리는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8월 연 0.5%대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22일에는 장중 연 1.39%까지 뛰었다. 월가에선 미 국채 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시장에 막대하게 풀린 자금이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고 있다. 코로나가 덮치자 세계 각국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돈이 넘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경기회복 기대가 커진 데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돈 풀기’에 나서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심리가 높아진 것이 미 국채 금리 급등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14년 이후 최고치인 연 2.2%로 올랐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즉시, 10년 동안 인류가 대응할 필요가 없었던 인플레이션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이 올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 투자자 사이에서 연방준비제도(Fed)의 ‘돈줄 죄기’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당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채권금리와 함께 대출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미국의 경기회복이 불완전하다며 고용과 물가 상황을 보면서 당분간 현재의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이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하고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약간 상회할 때까지 현재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할 의향을 시사했다.

22일 우리나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201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연 1.9% 선을 넘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백신 접종·추경 등을 통한 경기 개선·부양 기대 등도 최근 오름세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도 국채 금리상승의 요인이다. 국채 공급이 늘어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는 올라간다. 채권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실물경기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코로나로 인한 내수 위축 등 경기침체가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실물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며 “실물경기의 일반적인 가격 상승을 얘기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다만 일부 자산시장에서의 가격 급등 현상을 언급하면서 “자산 인플레이션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더라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물가가 경기 회복과 함께 점차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1.0%, 1.5%로 제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준금리 연 0.5% 동결이 유력하다.

기준금리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지난해 3월과 5월 각각 0.5%포인트, 0.25%포인트 내린 이후 동결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해 “앞으로 국내경제의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수출 호조 등으로 국내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코로나 전개 상황에 따라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수정 경제 전망도 내놓는다. 최근 수출 호조 등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소폭 올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