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청두 미국영사관 폐쇄로 맞불…미·中 장군멍군 다음 카드는?

중국은 24일 오전 쓰촨성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의 설립과 운영 허가를 철회한다면서 청두 총영사관의 모든 업무와 활동을 중지하라고 미국에 통보했다.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는 미국이 21일(현지시간)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맞대응 카드로 유력하게 거론되었다.

미국이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로 싸움을 걸자 중국이 어쩔 수 없이 비슷한 규모와 상징성이 있는 청두영사관 폐쇄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당한만큼 그대로 되돌려주는 중국 전통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외교 전략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조치가 미국의 비이성적인 행위에 대한 정당하고, 필요한 대응이라며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준칙, 외교 관례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직원들이 신분에 맞지 않은 활동을 하면서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쳤다”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이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교섭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왕 대변인은 미국이 청두 영사관을 언제까지 비워야 하는지에 대해 “외교는 대등 원칙”이라고 말해 미국과 동일한 72시간을 제시했음을 시사했다. 환구시보 후시진 편집장도 폐쇄 시한이 72시간 뒤인 27일 오전 10시라고 밝혔다.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은 1985년 문을 연 곳이다. 규모가 작고 업무량도 적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신장위구르, 티베트를 관할하는 곳이어서 눈엣가시 같은 공관을 없애는 상징성이 있다.

청두 영사관은 2012년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가 실각할 때 측근 부하였던 왕리쥔 전 공안국장이 신변에 이상을 감지하고 망명을 요청하면서 두 나라가 신경전을 벌였던 달갑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반면 폐쇄 후보지의 한 곳으로 거론됐던 홍콩 총영사관은 미국의 정치,경제적 이해가 상당히 걸려 있는 곳이어서 중국이 부담을 느꼈을 뿐만 아니나 더 큰 싸움을 위해 아껴야 둬야 할 카드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CCTV는 소셜미디어 웨이보 계정에서 청두 미국 총영사관 전경을 비추는 생중계를 했는데 2천만 명 넘는 누리꾼이 동시 접속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기로 한 것은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이웨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결코 스파이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서 본국 지침이 있을 때까지 업무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휴스턴 총영사관 주변에는 이사트럭이 대기하고, 직원들이 승합차에 짐을 싣는 장면도 목격되는 등 폐쇄가 임박한 상태다. 폐쇄 시한은 현시 시간으로 24일 오후 4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 전경. 중국 외교부는 미국 정부가 전날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라는 미국의 선공에 중국이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로 맞불을 놓으면서 무역분쟁 이후 깊어지기만 하던 미중 갈등은 구체적인 액션을 주고 받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 들었다.

하지만 미중 양국이 영사관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곳을 택했다는 점에서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정치적 메시지도 주고 받았다. 이에 따라 추가 조치와 맞대응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로 선제 공격을 하는 쪽인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이라는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공관 추가 제재 또는 다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두 나라 관계가 미국에서 대선이 치러지는 11월 3일까지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살얼음 위에 놓여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