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미안해서 나왔어요”…야외로 몰린 어린이날 인파

“어린이대공원 이용 시민들에게 안내 말씀드립니다. 이용 시민들은 2m 거리두기와 손 소독제 사용 또는 손 씻기 등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해주시고 우측통행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의 어린이날 행사가 취소된 가운데 5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인파가 몰렸다.

대공원 안에는 대부분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이 많았다. 아이들과 보호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아이가 답답해 마스크를 내리면 “여기는 사람이 많아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며 나무라는 소리가 종종 들렸다.

공원 안 잔디에서 돗자리나 텐트를 펴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2m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동물원이나, 분수대, 스낵바 등지에서는 거리두기 원칙이 무너졌다.

오후 12시, 뽀로로 음악 등이 퍼져나오는 음악 분수대에 약 50여 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신이나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혹여 다칠까 아이를 말리는 부모들이 뒤섞였다. 바닥에 거리두기를 안내하는 표시가 작게 붙어있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어린이날인 5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종민 기자동물원 재규어-암사자 코스는 인파로 길이 막혀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명부를 적지 않고 그대로 놀이기구를 타러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공원 측에서도 방역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공원 출입구를 비롯해 시설 곳곳에는 손소독제가 비치됐다. 공원에서는 주기적으로 방역수칙을 안내하는 방송이 울렸다.

대공원 관계자는 “어린이대공원은 평일 1만 5천여 명, 휴일 3만여 명이 찾는다. 그런데 오늘은 사람들이 더 많이 왔다”며 “코로나 때문에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다른 곳을 못 가니까 오히려 몰린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에는 아예 입장을 2천 명만 받았는데 이번에는 입장 제한은 없다”라며 “다만 어린이날 행사 및 프로그램은 모두 취소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나들이객들은 코로나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어린이날인 만큼 아이를 위해 작은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대공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방역수칙을 최대한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날인 5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종민 기자아이와 함께 대공원을 찾은 김모(35)씨는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놀러 왔다”며 “실내는 아무래도 밀집도가 있다 보니 야외가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집에만 있다보니 많이 답답해한다. 오랜만에 공놀이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내비치는 시민도 있었다. 최모(35)씨는 “평소에는 시간 내기가 힘들기도 하고 이런 날이 아니면 애들하고 같이 있는 시간 자체가 별로 없다”며 “(코로나로) 일단 밖에서 못 뛰어놀게 하는 것도 미안하다”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회사원 홍모(49)씨는 “아무래도 매일 집에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오는 게 아이들 정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더라도 하루 이틀 정도 밖에 가지 못한다”며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놀다가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