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멀리하고 싶지만 그게 안돼”…호주의 고민이 남의 얘기가 아닌 이유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세계 각국이 중국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지 가운데 호주의 고민이 특히 깊다.

코로나19 발발을 계기로 호주의 대외무역이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 때문이다.

정치권 등에서는 이번 기회에 지나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디커플링'(decoupling·분리·비동조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농업계와 산업계 등에서는 분풀이에 불과한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 정상들과 전화 통화에서 코로나19에 기원에 대한 국제조사 방안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모리슨 총리가 국제조사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가 국제적 협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선을 그을 정도였다.

이러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청징예 호주 주재 중국 대사가 호주 언론과 인터뷰에서 “호주 소고기와 와인의 중국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 호주가 중국에 대해 계속해서 불친절한 태도를 보인다면 호주 유학생들과 관광객의 호주 방문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징예 대사의 발언은 분명 안하무인격의 도를 넘는 것이었다. 호주 상업투자관광부 장관과 외무부 장관 등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내고 청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그러나 호주와 중국 사이의 신경전에서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호주 경제가 심각하게 중국에 의존해 있고, 중국이 보복에 나서면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었다.

중국의 보복은 집요하고 줄기차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에 가하고 있는 각종 보복 조치를 아직 완전히 거두어들이지 않는 데서도 확인된다.

일본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희토류 수입을 제한당하는 등의 보복을 당했지만 희토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등 나름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트라 시드니 무역관에 따르면 2018년년 호주의 수출 상위 10개국 가운데 중국이 압도적 1위다. 그 뒤를 일본 인도 한국 미국이 잇는다.

수입 상위 10개국에서도 중국은 미국 일본 독일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면서 부동의 1위다. 유학생, 관광객 부문에서도 중국 비중이 압도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시드니 공과대학의 호주-중국 관계연구소는 주요 커래 파트너로서 호주 기업들이 중국 위주에서 벗어나 다각화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좀비경제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드니의 소고기 수출업자이자 컨설턴트인 알프레드 정 (Alfred Chung)도 호주 소고기 산업이 판매량의 3분의 2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중국 일변도에서 탈피해 다각화 하라는 것은 “캔버라(호주 수도)에서 나는 소음”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자급률을 높이는 것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한 방법이지만 농업 광업 관광업 위주로 특화된 호주 경제 특성상 쉽지 않다.

매년 18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던 호주의 자동차 제조업체 홀덴이 수익성 악화로 2017년에 문을 닫았는데 호주 정부는 그때까지 생산을 계속하는 대가로 제너럴 모터스에 12년에 걸쳐 2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줘야 했다.

한스 헨 드리 쉬 (Hans Hendrischke) 중국경영대학 교수는 “호주는 중국과 무역에서 적자까 아닌 흑자를 보고 있고 다각화 기반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디커플링은 옵션이 아니다.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주는 코로나19 충격속에서도 지난 3월에 역대 최고인 106억 호주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는데 중국의 경제 할동이 재개되면서 철광석, 석탄, 액화천연가스 등의 수출이 호조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호주는 미국의 군사 동맹국이자 정서적 유대감도 강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너무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2018년 현재 한국은 중국의 5대 수출국이고, 중국은 홍콩을 제외할 경우 한국에서 가장 많은 물품을 수입한다.